이제 날 저무는 주점에 앉아
쓸쓸한 추억을 슬퍼하지 말자.
잊을 수 없으므로 잊기로 하자.
이미 죽었다.
저 설레이던 우리들의 젊은 날
한마디 유언도 없이
시간 너머로 사라졌다.
스스로 거역할 수 없었던
돌풍과 해일의 시절
소리 없는 통곡과
죽음 앞에서도 식을 줄 모르던 사랑과
눈보라 속에서 더욱 뜨거웠던 영혼들
지혜가 오히려 부끄러웠던 시대는 갔다.
친구여, 새벽이다
우리가 갈 길은 멀지 않다.
그믐날이 오면 별이 뜨리니
술잔이 쓰러진 주점을 빠져나와
추억의 무덤 위에 흰 국화꽃을 던지고
너와 나의 푸른 눈빛으로
이제 막 우주의 문을 열기 시작한
저 하늘을 보자
지치지 않는 그 손과 함께
우리가 걸어가야 할 또 다른 길 위에
오늘도 어제처럼
투명한 햇빛은 눈부시리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