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동영상 포인트
공지 [필독]회원등급 확인 및 기준, 등급조정 신청 방법 안..
좋은글
입속의 검은 잎
봉봉 | 2020.03.15 | 조회 343 | 추천 2 댓글 0
택시 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따금 고함을 친다, 그때 마다 새들이 날아간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나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



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문을 열면 벌판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그해 여름 땅바닥은 책과 검은 잎들을 질질 끌고 다녔다

접힌 옷가지를 펼칠 때마다 흰 연기가 튀어나왔다

침묵은 하인에게 어울린다고 그는 썼다

나는 그의 얼굴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신문에서였는데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터졌다, 얼마 후 그가 죽었다



그의 장례식은 거센 비바람으로 온통 번들거렸다

죽은 그를 실은 차는 참을 수없이 느릿느릿 나아갔다

사람들은 장례식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렸고

백색의 차량 가득 검은 잎들은 나부꼈다

나의 혀는 천천히 굳어갔다, 그의 어린 아들은

잎들의 포위를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렸다

그 해 여름 많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없어졌고

놀란 자의 침묵 앞에 불쑥불쑥 나타났다

망자의 혀가 거리에 흘러넘쳤다

택시운전사는 이따금 뒤를 돌아다본다

나는 저 운전사를 믿지 못한다, 공포에 질려

나는 더듬거린다, 그는 죽은 사람이다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장례식들이 숨죽여야 했던가

그렇다면 그는 누구인가,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디서

그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어디든지

가까운 지방으로 나는 가야 하는 것이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내 잎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
2
추천

반대
0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댓글쓰기
최신순 추천순
고운새 (0)
봉봉 | 조회 371 | 추천 2 | 03.15
추억의 음악 (0)
봉봉 | 조회 315 | 추천 1 | 03.15
사랑하면 (0)
봉봉 | 조회 345 | 추천 1 | 03.15
봄맞이길 (0)
또로로 | 조회 384 | 추천 2 | 03.15
입춘 (2)
또로로 | 조회 409 | 추천 3 | 03.15
사향 (3)
또로로 | 조회 435 | 추천 3 | 03.15
(0)
또로로 | 조회 356 | 추천 1 | 03.15
난초 (0)
또로로 | 조회 313 | 추천 2 | 03.15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0)
또로로 | 조회 340 | 추천 1 | 03.15
(0)
또로로 | 조회 352 | 추천 2 | 03.15
너도나도 (0)
또로로 | 조회 291 | 추천 1 | 03.15
울다가웃다가 (0)
또로로 | 조회 332 | 추천 1 | 03.15
눈꽃노래 (1)
또로로 | 조회 299 | 추천 1 | 03.15
농부처럼 일하고 (1)
duddldos | 조회 309 | 추천 0 | 03.14
생활한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드.. (1)
duddldos | 조회 313 | 추천 1 | 03.14
젊은 날을 마음 아프게 생각할 필요는.. (1)
싼타오 | 조회 303 | 추천 0 | 03.14
당신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지도 .. (1)
싼타오 | 조회 335 | 추천 0 | 03.14
몸짓이 멎는 그 순간까지 움직이는 책.. (1)
싼타오 | 조회 333 | 추천 0 | 03.14
그리고 무엇보다 난 네가 좋더라... (1)
싼타오 | 조회 319 | 추천 0 | 03.14
그런 느낌이 들어..바로 널 만났기 .. (0)
싼타오 | 조회 334 | 추천 0 | 03.14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