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고을에 바둑을 잘 두어 ‘국수’라 불리는 대감이 있었다. 그는 워낙 바둑을 좋아해 신분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바둑을 두었다. 어느 날 허름한 옷차림의 군졸 한 명이 말을 끌고 와서 내기 바둑 두기를 청했다. 대감이 흔쾌히 응하자 군졸은 끌고 온 말을 걸었고, 대감은 한 달 먹을 양식을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내기 바둑을 두었는데 결국 군졸이 지고 말았다.
“소인이 도저히 당할 수가 없습니다. 약속대로 말을 두고 가겠습니다.”
“저 말이 자네 전 재산 아닌가. 약속은 그렇게 했으나 난 괜찮으니 말을 가져가게나.”
“무슨 말씀입니까. 약속은 지켜야지요. 그 대신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십시오. 그때는 제가 반드시 이겨 말을 찾아가겠습니다.”
“좋지. 언제라도 오게나.”
그리고 며칠 뒤 말을 잃은 군졸이 다시 찾아와 바둑을 두자고 했다. 대감은 가벼운 마음으로 대국을 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지난번과는 달리 도저히 군졸을 당할 수가 없었다. 세 판을 내리 진 대감은 일전에 받은 말을 도로 내주며 물었다.
“이제 보니 자네 바둑 실력이 보통이 아닐세 그려. 그런데 어째서 지난번에는 그렇게 맥없이 졌는가?”
군졸은 웃으며 대답했다.
“실은 소인이 이곳에 볼일이 있어 말을 끌고 왔습니다만 여비가 모자라 말을 먹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감댁에 와서 내기 바둑을 두어 일부러 진 다음 말을 맡긴 것이지요. 이제 일을 마치고 돌아가게 되어 제 말을 찾으러 온 것입니다. 그 동안 소인의 말을 돌보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대감은 군졸이 괘씸했으나 한편으로 그 기지가 놀라워 말과 함께 지난번 내기에 걸었던 한 달 양식을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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