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유난히 말씀이 없는 분이어서 그 분으로부터 옛날 얘기나 어린 시절의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 아버지는 문득 나를 부르시더니 당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아버지가 여덟 살 때, 증조할아버지와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고 합니다. 한참을 서로 아무 말 없이 걷다가 증조할아버지가 갑자기 아버지를 바라보며 물으셨습니다.
˝피터야, 네가 학교에 다니게 되었으니 참 기쁜 일이다. 이제 글씨도 읽을 줄 아니까, 이 말발굽 자국에 무엇이 쓰여져 있는지 살펴보고 할아버지에게 말해줄 수 있겠니?˝
˝할아버지, 말발굽 자국에는 글씨가 없어요.˝
˝피터야, 그 안에는 분명히 뭐라고 쓰여 있단다. 너는 그런 것을 읽는 법도 반드시 알아야 한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