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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수없는 주례사
행복한나를 | 2020.03.26 | 조회 312 | 추천 1 댓글 4
3년 전에 한 선배의 결혼식에 친구와 함께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데 친구의 말에 의하면, 선배가 결혼에 이르기까지는
마치 한 편의 연애 소설을 방불케 할 정도로 사연이 많았단다.
선배 집안의 반대가 엄청났었다고.
신부는 선녀처럼 아름다웠다.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였다.
주례 선생님은 나의 대학 은사이자 선배의 은사이기도 했다.
머리카락이 몇 올 남지 않은 선생님의 머리는 불빛을 받아
잘 닦아놓은 자개장처럼 번쩍이고 있었다.

이윽고 선생님의 주례사가 시작되었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검은 머리가 저처럼 대머리가 될 때까지 변함없이
서로 사랑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 순간, 식장 안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이어지는 주례사는 신랑 신부와 하객들에게 재차 웃음을
던져주었다. “제 대머리를 한문으로 딱 한 자로 표현하면
빛광, 즉 광(光)이라고 할 수 있지요.

신랑 신부가 백년 해로하려면 광나는 말을 아끼지 말고
해주어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의 세 치
혀입니다.” 하객들은 모두들 진지한 눈빛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라는 빛광 같은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부부라고 해도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여보, 사랑해. 당신이 최고야!’라는 광나는 말은 검은
머리가 대머리가 될 때까지 계속해도 좋은 겁니다.”
그런데 그 순간, 하얀 장갑을 낀 선배의 손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선배는 신부에게 수화로 선생님의 주례 내용을 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에 눈물이 맺히는 건 나뿐이 아니었을 거다.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광나는 말씀으로 주례사를 마치셨다.

“여기,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신랑이 가장 아름다운
신부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을 해주고 있습니다.
군자는 행위로써 말하고 소인은 혀로써 말한다고 합니다.
오늘 저는 혀로써 말하고 있고 신랑은 행위로써 말하고 있습니다.
신랑 신부 모두 군자의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두 군자님의 제2의 인생에 축복이 가득하길 빌면서 이만 소인의 주례를 마치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선생님과 신랑 신부를 보며 힘껏 박수를
쳤다. 예식장은 하객들의 박수 소리에 떠나갈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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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커 | 추천 1 | 03.27  
군자는 행위로써 말하고 소인은 혀로써 말한다...군자와 소인을 뽑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위성을 좋아하는 두당 혼나야 합니다ㅣ
1    0
꼬랭지 | 추천 2 | 03.26  
어떤 책에도 그런이야기가 있더군요
좋은글잘보고갑니다
2    0
jjj123 | 추천 0 | 03.26  
좋은글 감사합니다
0    0
옥숙구 | 추천 0 | 03.26  
잘보고 갑니다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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