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제때 안 줘서 꽃이 영 시원찮네.”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 계시다 집으로 돌아오신 어머니는 동백꽃이 제대로 피지 않은 걸 먼저 걱정하신다. 우리집 동백은 꽃이 화 려하지도 않고 꽃 빛깔이 짙은 것도 아니며 꽃봉오리가 크고 탐스럽지도 않다. 그래도 어머 니는 해마다 봄이 오기 전에 미리 피는 이 연분홍 동백꽃을 애지중지 사랑하신다. 벌써 십 오 년쯤 되었는데, 여러 차례 이사를 다니는 동안에도 어머니는 이 동백나무를 버리지 않으 셨다. 어머니가 쓰러지셔서 식구들 모두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가 가꾸던 나무나 꽃에 소 홀할 수밖에 없었던 건 사실이지만 여느 해에도 우리집 동백은 화려하게 피는 꽃이 아니다. 그러나 화려하든 화려하지 않든 동백나무를 향한 어머니 마음은 한결같다. 일여지심(一如之 心)이다. 어머니의 마음은 꽃나무에게만 그런 게 아니다. 자식 사랑도 그렇다. 자식이 어떤 경우를 당해도 늘 자식 편이다. 훌륭하건 훌륭하지 않건, 잘 되었건 잘 되지 못하였건 한결 같다. 우리는 모두 특별한 사랑을 꿈꾼다. 나를 사랑해 주는 특별한 사람을 만나 특별한 사랑을 하기를 꿈꾼다. 그러나 특별한 사랑은 특별한 사람을 만나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보통의 사람을 만나 그를 특별히 사랑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어머니에게서 배운다. 어머니가 키우는 동백은 눈 속에서 피는 오동도의 동백꽃처럼 강렬한 아름다움을 지니지 못했고, 선운사의 동백처럼 처연한 비장미로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해도 평범한 꽃이 어떻게 특별한 꽃이 되는가를 가르쳐 준다. 그래서 우리집 동백도 늘 일여지심으로 핀다. 남들이 곱다고 하든 말든 늘 때가 되면 그 모습 그 빛깔로 꽃을 피운다. 가뭄이 들면 가뭄이 드는 대로 기온이 떨어지면 기온이 떨어진 대로 그만큼의 꽃을 피운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좀 작으면 작은 대로 해마다 꽃을 피운다. ‘올해는 이렇게밖에 꽃을 피우지 못했지만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 자세로 꽃을 피운다. “당신이 바라고 기대하는 모습을 사랑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줘.” “당신이 선망하는 당신 마음속 사랑을 내게서 찾으려다 실망하여 돌아서지 말고 당신과 다 른 나를 존중하고 부족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줘. 그게 진정한 사랑이야.” “그래야 나도 부족한 모습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 모자라고 흠이 있는 모습 속에 들어 있는 당신 의 좋은 점을 발견하며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할 수 있잖아.” 동백꽃은 우리에게 그렇 게 가르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