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눈을 감고 지금 들은 속상한 말을 머릿속에 또박또박 타이핑 하듯 한 글자씩 써봐. 한 자도 빼지 말고 다 써야 해. 그럼 지금부터 눈동자가 지우개라고 생각하는 거야. 지우개를 움직여서 한 글자씩 지워나가. 옆으로 문질러 지워도 되고, 위 아래로 문질러 지워도 돼. 초등학교 때 하던대로 빡빡 문질러 깨끗이 지우고 눈을 떠!'
지우개 가루를 털어준다며 내 뒤통수 부분을 털어내는시늉을 할 때 웃었지만 사실은 깜짝 놀랐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은 뜻밖에 아주 도움이 되었다.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정말 지우개로 말끔히 지운 것처럼... 그리고 한 글자씩 떼어서 읽어보니 내게 상처를 입혔다고 생각했던 그 말이 실은 의미 없는 음절들의 조합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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