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늙어 버렸고…… - 헤르만 헤세
여름은 늙고 지쳤다. 무지막지한 두 손을 늘어뜨린 채 텅 빈 눈으로 경작지를 바라본다. 이젠 끝난 것이다. 여름은 자신의 불꽃을 흩뿌렸다. 자신의 꽃들을 모두 태워 버렸다. 모든 게 그와 같다. 결국 우리는 지친 채 뒤돌아보고 오들오들 떨며 빈손에 입김을 분다. 일찍이 행운이 있었는지, 업적이 있었는지 의심한다. 우리의 삶은 아득한 과거 속에 있다. 우리가 읽었던 동화처럼 빛이 바랜 채. 여름은 일찍이 봄을 때려죽이고 자신이 더 젊고 더 힘세다고 생각했다. 이제 여름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 내어 웃는다. 요즘 들어 여름은 완전히 다른 쾌락을 계획 중이다. 더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모든 것을 체념한 채 바닥에 쓰러져 창백한 두 손을 차디찬 죽음에 맡기고 더는 아무것도 듣지도 보지도 않고 스르르 잠이 든다… 죽는다… 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