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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어르신, 그게 다 취나물이에요?” “그라모. 여가 다 취나물 밭 아이가. 어데서 왔노? 서울서 기자들이 온다 카드만, 느그가 긴가보제?” 파란 취나물 밭을 한 컷 찍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려면 취나물 밭을 반쯤 덮고 있는 바람막이용 비닐을 잠깐 걷어내야 한다고 했더니, “니는 가마이 있거래이. 옷에 흙 묻는다. 손 베린다. 하지 마래이” 하며 굽은 등을 펴고 일어나 손수 비닐을 걷어낸다. 건강하게 고개를 든 취나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달걀 모양에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나 있는 생소한 잎사귀다. “옛날에 약방이라 카는 게 없었을 째는 취나물이 약방인 기라. 배 아플 째 머리 아플 째, 요 뿌리를 찧어가 먹으면 금방 나사뿐다 아이가.” 한입 씹어보라며 건네는 여린 취나물에서 향긋한 국화 향이 난다. 산나물의 왕이라 불리는 취나물은 그 종류만 1백여 종에 이르는데, 곰취, 참취, 미역취, 개암취 등 식용 취는 20여 종에 불과하다. 이 중 생으로 먹을 수 있는 곰취와 참취는 쌈채소로도 인기가 있는데, 송천리 참취는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더욱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뿌리를 남겨놓으면 금세 다시 잎이 올라오기 때문에 봄 한철 동안 5~7회 거듭 재배가 가능하다. 하우스 재배와 달리, 4월에 첫 채취를 시작한 노지 취나물은 요즘이 한창이다. 만개한 벚나무 너머로 펼쳐지는 파란 취나물 밭, 또 그 너머로 이어지는 남해 바다의 삼색삼향의 조화. 바로 이 봄, 고성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낮은 돌담길을 따라 마을 구경을 하고 돌아 나오는데, 노지에서 취나물을 캐던 노부부와 다시 마주쳤다. “서울 올라가기 전에 까만 봉다리 하나 가지고 온나. 취나물 쪼매 담아줄 긴깨 가 가라. 잊아뿌지 말고 꼭 들리라, 아랐나?” 시골 인심 옛날 같지 않다는 말, 틀렸다. | | | | | | | [재료] 취나물 두 줌(200g), 된장 1큰술, 깨소금·참기름 2작은술씩, 소금 약간
[만들기] 1 취나물은 질긴 줄기와 시든 잎을 골라낸 뒤 잘 씻어 소금을 약간 넣은 끓는 물에 넣고 뚜껑을 닫아 5분 정도 데친다. 2 줄기 끝부분이 부드러워지면 건져 찬물에 재빨리 헹군다. 3 5cm 정도 길이로 잘라 물기를 꼭 짠다. 4 분량의 된장,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양념이 잘 배도록 조물조물 무친다.
tip 웃자라 억센 취는 데친 뒤 살짝 볶아 먹으면 부드럽다. | | | [재료] 말린 취나물 한 줌(60g), 소금·다진 마늘 1작은술씩, 참기름 1큰술, 깨소금 2작은술, 국간장 약간
[만들기] 1 말린 취나물은 끓는 물에 넣고 중간 불에서 10분 정도 삶는다. 2 삶은 취나물을 찬물에 헹군 뒤 꼭 짜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3 달군 팬에 ②의 취나물을 넣고 소금, 참기름, 마늘을 넣어 약한 불에서 볶는다. 4 어느 정도 양념이 배면 센 불로 한 번 더 볶은 뒤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불을 끈다. 5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어 마무리한다.
tip 기호에 따라 ③의 과정에서 멸치국물이나 버섯국물, 다시마국물 등을 넣어 볶으면 촉촉한 식감의 나물로 즐길 수 있다. | | | | | [재료] 취나물 한 줌(100g), 튀김가루 1컵, 물 ¾컵, 덧밀가루 약간, 식용유 적당량
[만들기] 1 취나물은 억센 줄기와 시든 잎을 골라낸 다음 덧밀가루에 살살 버무린다. 2 튀김가루에 물을 넣고 가볍게 섞어 튀김옷을 만든다. 3 ①을 ②에 넣어 튀김옷을 입힌 뒤 180℃ 정도의 식용유에 바삭하게 튀긴다.
tip 튀김옷을 반죽할 때는 대충 버무려야 훨씬 바삭하게 튀겨지며 취나물에 덧밀가루를 묻힌 뒤 튀김옷을 입히면 고루 묻어서 좋다. | | | | | [재료] 취나물 한 줌(100g), 된장 1큰술, 들깨가루 4큰술, 멸치국물(다시마 10×10cm 1조각, 국물용 멸치 10마리, 물 6컵), 다진 마늘 2작은술, 소금 약간
[만들기] 1 취나물은 먹기 좋게 손질한 뒤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친다. 2 데친 취나물을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짜고 5cm 길이로 자른다. 3 ②의 취나물을 볼에 담고 들깨가루와 된장을 넣어 양념이 고루 배도록 잘 섞는다. 4 아무것도 두르지 않은 냄비에 멸치를 넣고 달달 볶다가 구수한 향이 나면 다시마와 물을 넣고 20분 정도 끓인다. 5 ④의 멸치국물에 ③의 취나물을 넣고 15분 정도 끓인 뒤 다진 마늘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낸다.
tip 기호에 따라 된장이나 들깨가루의 양을 조절해도 된다. 취나물을 먼저 무친 뒤 국물에 넣고 끓이면 감칠맛이 빨리 우러나서 좋다. | | | | | 따뜻한 성질을 지닌 취나물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근육이나 관절이 아플 때 통증을 가라앉히는 작용을 한다. 또, 가래와 기침을 멎게 하는 효과가 있어 옛 조상들은 감기약으로 달여 먹기도 했다. 오랜 기간 먹으면 만성기관지염이나 인후염에도 치료 효과가 있다. 취나물에는 수산이 많아 생것으로 먹으면 칼슘과 결합하여 결석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수산은 열에 약해 살짝 데치기만 해도 분해되기 때문에 익힌 나물로 무쳐 먹으면 부작용이 없다. 생잎을 냉장고에 보관할 때는 물에 씻지 않은 상태로 비닐봉지에 넣고 세워서 보관해야 오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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