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용품 업계의 명품 브랜드이자 수많은 히트 상품을 보유한 알레시(Alessi). 1985년 첫 선을 보인 버드 케틀(Bird Kettle) 역시 출시와 동시에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알레시의 베스트셀러다.
알레시는 90여 년의 긴 역사 동안 무려 3,000여 개가 넘는 제품을 생산했는데, 지금처럼 디자인 왕국으로서 명성을 쌓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이후 세계적인 건축가,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하면서부터다. 제품의 디자인 파워가 브랜드의 성공을 이끌 것이라는 알레시의 예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천만 개 이상 판매되며 주방용품 업계 최대의 히트 상품으로 불리는 알렉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의 안나 G(Anna G)를 비롯해 필립 스탁(Philippe Starck)의 쥬시 살리프(Juicy Salif), 스테파노 지오바노니(Stefano Giovannoni)의 지로톤도 시리즈(Girotondo Series) 등이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들과 손잡고 엄청난 성공을 거둔 알레시의 대표 제품들. 버드 케틀은 이들 제품이 나오기 전인 1985년 출시된 이래 매년 10만 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알레시를 명품 주방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은 숨은 공신이다. 버드 케틀 또한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의 거장으로 꼽히는, 미국의 건축가 마이클 그레이브스(Michael Graves)와의 협업에서 탄생한 제품이다.
1959년 하버드 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여러 나라에서 주택, 박물관, 호텔, 전시장 등을 지었고, 가구, 생활용품,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폭넓은 활동을 펼치며 유명해졌다. 고전 건축 양식의 장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작품에 적용시켰는데, 버드 케틀 디자인에서도 그의 개성을 찾아볼 수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주전자의 몸체는 밑 부분이 넓어 안정감을 주며, 거의 직선에 가까운 옆선은 가파르게 경사져 전체적으로 원뿔의 형태를 띤다. 사용하기엔 약간 불편하더라도 예술성에 충실한 것. 중앙이 아닌 한쪽으로 삐딱하게 붙어 있는 파란색의 주전자 손잡이에서 위트를, 아랫부분을 빙 둘러싼 원형 장식에서 섬세함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매력적인 디자인 요소는 버드 케틀이란 이름처럼 주전자 주둥이 끝에 있는 날아오르는 새 모양의 휘슬이다. 물이 끓을 때 마치 새가 지저귀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수증기가 나와 독특한 재미를 더한다. 주전자 하나에 예술성은 물론 재미와 자신의 디자인 철학까지 녹아들게 하는 것을 보면 마이클 그레이브스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거장이란 사실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