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인물과사상사] 등대풀의 경우에는 얼핏 바닷가에 높게 선 등대를 떠올리게 되지만 이 식물은 바닥에 낮게 붙어서 피기 때문에, 등대와는 거리가 멀다. 등대풀의 유래는 일본의 ‘어원유래사전’에서 찾을 수 있다. “등대풀의 등대는 옛날 집안의 조명 기구인 등명대를 말한다”는 것이다. 등대풀이라는 한글 이름이 처음 보이는 문헌은 ‘조선식물향명집’으로 ‘등대풀(Dungdaepul)’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이 일본 말의 등대가 등잔을 가리키는 것인지 모르고 번역한 것을 받아들여 지금까지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 소장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한반도의 식물을 채집, 조사하면서 그 가운데 상당수에 ‘조선’이나 ‘고려’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현재 조선이나 고려가 붙은 들꽃 이름은 찾아보기 어렵다. 식물 이름을 번역하는 사람들이 조선이나 고려 등을 빼고 옮겼기 때문이다. 봄을 대표하는 꽃인 개나리의 일본 이름은 조센렌교(チョウセンレンギョ)다. 일본 말로 조선(朝鮮)을 뜻하는 조센(チョウセン)이 붙어 있으나, 번역자들은 ‘조선’ 대신 ‘개’를 붙여 개나리라고 이름 지은 것이다. 개나리 외에도 개암나무, 개벚나무, 개비자나무 등이 ‘조선’이 ‘개’로 번역된 경우다. 저자는 ‘조선식물향명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이 조사해 2079종의 식물 중 99종에 달하는 식물 이름에서 ‘조선’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그런가 하면 식물의 호적이라 할 수 있는 학명에 남은 일제 잔재도 심각하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만든 ‘한반도 고유종 총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한반도 고유 식물은 모두 33목 78과 527종이다. 이 소장에 따르면 이 가운데 일본 학자 이름으로 학명이 등록된 식물은 모두 327종으로 무려 62퍼센트에 달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