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수의 향연
옛 중국 무협영화 생각나지? 걸핏하면 복수, 복수.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찾아 복수를 하면 그 원수의 자식이든 지인이든 또 다시 그 주인공을 찾아 복수를 하고, 칼 훔쳤다고 복수하고, 욕했다고 복수하고, 사랑하지 않는다고 복수하고. 아! 정말 끝없는 복수의 향연들!
하지만 말이지, 문득 드는 생각. 저렇게 평생 복수만 목표로 하고 살다 막상 복수가 끝나고 나면 속이 후련할까? 인생의 숙제를 다 풀고 난 기분이 들까? 자, 그렇다면 말이지. 그 다음엔 뭘 위해 살려고?
상처받은 그 마음,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굳이 그런 방법으로 복수해서 뭘 어쩌려고. 남한테 상처 주면 다시 되돌아오기 마련인데 복수한 후에 내가 또 다시 누군가의 복수 대상이 될 지 누가 알겠어. 결국 끝나지 않는 복수들이 돌고 돌 뿐이라고.
복수하는 방법도 가지가지
헤어지자고 했더니 감금하는 남자, 옛 애인의 여자친구를 청부 살해한 여자, 과거 상처 받은 기억들 때문에 여자를 대상으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남자… 아, 너무나 끔찍해서 계속 나열할 수가 없구나. 복수의 방법도 참 가지가지야.
‘내가 망가진 만큼 너도 망가져봐라’ 라며 복수상대의 모든 일에 초를 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스타일. 이런 애들은 그야말로 독기를 가득 품고 있지. 어떻게든 사람 인생 하나 망치려고 안달이 나 있거든. 하지만 그렇게 망쳐봤자 남의 인생에 내 에너지 낭비한 꼴밖에 안 된다고.
반면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으면서 알아서 상대가 후회하고 있을 거라 믿는 ‘자뻑’ 스타일도 있지. 그나마 점잖긴 해. 남한테 피해를 끼치는 건 아니니까. 복수를 그저 시간에 맡기는 거지. 언젠가는 상대방이 후회하고 참회할 날이 올 거라고 말이야. 하지만… 실컷 당하고 난 이훈데 그게 복수라고 할 수 있니? 그냥 시간이 해결해 준 거지. 그 시간 동안 본인은 복수한다고 매달려 기다린 셈이고 남들은 하나~도 모른다고.
폭력이나 죽음, 괴롭힘이 복수라고 생각하는 애들도 있어. 이건 집착이 증오로 변하게 된 경우지. 집착하다 못해 상대방의 목숨까지 앗으려는 무시무시한 생각까지 하게 되니 큰일인 거야. 그런데 정말 이게 복수라고 생각해? 그러다 사람들한테서 손가락질 받고, 일상도 포기해서 자신의 삶마저 흔들리고, 쇠고랑이라도 차게 된다면? 그건 오히려 자신이 복수를 ‘받게’ 되는 거지. 안 그래?
잊어버려! 그게 복수야!
사실 내 눈에서 눈물 나게 하고, 내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한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 복수를 꿈꾸게 될 거야. 그 상대방을 파멸로 빠뜨리기 위해 온갖 힘을 다 쓰겠지.
하지만 그래서, 그렇게 복수하고 나면 어쩌려고? 이미 복수하는 동안 내 인생도 파토날 지경에다가, 그 에너지와 감정소모 때문에 탈진해 있을 거라고. 어디 그뿐이야? 아무리 죽이도록 미운 상대지만 남의 인생 망쳐놨으니 찝찝한 기분 어쩔 수 없을 거야.
최고의 복수가 뭔 줄 알아? 바로 그 상대를 잊어버리는 거야. 내 인생에서 쓱쓱 싹싹 지우는 거지. 그야말로 발톱에 낀 때만큼도 안 여기면 그뿐이 돼. 계속 집착하고 복수한다는 건 그만큼 그 상대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행동밖에 안 된다구.
그러니 제발, 이제는 잊어. 복수하면 뭐 하니? 하고 나면 그 다음엔? 허탈한 그 마음은 다시 어떻게 채우려고? 이제 소모적인 행동은 그만. 어차피 세월이 흐르다 보면 다 해결될 문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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