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이랑은 400일을 만났음
남친은 좀 많이많이 마른 게 흠이지만
스타일도 좋고 얼굴이 곱상하게 생겨서 훈훈하단 소리 듣는 편이었음
나는 키 160에 몸무게가 60인 통뚱녀에
화장이라곤 쥐뿔 안 하는.. 옷도 맨날 면티에 바지, 컨버스.
근데 그 잘난 남친이.. 내가 얼굴 쫌 하얗고 눈웃음이 살짝 있다는 이유로
나한테 첫눈에 반하고(오빠 주변 친구들이 오빠보고 미쳤다 그랬더랬음;;),
나를 6개월 정도 쫓아다닌 끝에 우린 사귀게 되었음
첨엔 뭘 해도 이쁘다던 남친이........ 100일이 가고 200일이 지나니까
"야ㅡㅡ 살 안 빼냐 진짜"
"다음 주까지 3키로 안 빼면 안 만나줌"
"이번 해 가기 전까지 40키로대 안 만들면 죽인다"
"화장품을 사줘야 화장할래..?"
"넌 치마도 없냐. 똑같은 청바지 면바지 지겹다 진짜"
이런 식으로 나오고
어디 데려가는 것도 부끄러워함.......
결정적으로, 작년 여름.
오빠 포함 오빠 친구들 5명+각자의 여친 5명=10명이서
바다를 가기로 했음.. 2박3일로.
근데 오빠가 나보고 가지 말라는 거임 ㅎㅎㅎㅎㅎㅎ
"근데 걔네 여친들 다 개이뻐.. 몸매 좋고.
너 가봤자 비교만 당할 텐데;; 안 가는 게 낫지 않겠냐?"
안 간다고 쿨하게 말해놓고 밤새 울었음...ㅡㅡ..ㅜㅜ
암튼 충격을 받은 나는. 세 달 동안 남친을 만나지 않겠다고 선포했고..
살 빼고 이뻐져서 다시 보자는 마지막 말을 뒤로 하고 폰을 정지함
일단 벌어놓은 돈을 털어서 헬스장을 끊어
몸무게를 47키로까지 뺐고 (살 뺀 사람들이 왜 독하다는지 알거 같음 ㅜ 뒤질뻔)
남친이 좋아죽어 마지 않는 청순녀 스타일로 변신하려고
웨이브를 넣고 옷 다 버리고 다 사고.... 하여간 할 수 있는 짓은 다 했음
비비 말곤 없던 내가 화장품 풀셋을 갖게 된 것도 이때가 처음임
동생한테 화장을 배우고, 귀도 뚫고 메니큐어 사고 하여간 ㅎ
그리고 8월 25일.. 세 달째 되기 10일 전쯤이었는데
거울 속의 나는 몰라보게 달라져있었음;; 이쁘단 건 아님..
이쯤이면 됐다 싶었고, 아침 꼭두새벽에 남친에게 전화를 함
두 번 만에 받은 남친이 폭풍눈물을 흘리며 콧물눈물 질질 짜면서
지가 잘못했다고;; 백키로여도 상관 없으니 제발 만나자고 함;;
약속 장소를 정하고 내가 먼저 나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에 누가 앉는게 느껴졌지만 긴장돼서 쳐다도 안 보고 남친 문자만 보고 있었음
근데 남친에게 "어디야? 나 도착했어" 라는 문자가 왔고..
본능적으로 옆을 쳐다보니, 옆에 앉은 사람이 남친이었음
나를 못 알아본 거임;;;;;;;
날 본 남친이 순간 존댓말을 하는 일까지 일어남..
그 이후로는 남친이 어딜 가도 날 자랑하며 다니고
싸이 홈피도 내 흔적 하나 없던 남친이
메인이며 싸이 제목이며 사진첩이며 내 이름들과 사진들로 도배를 해놓고
생전 찍어주지도 않던 내 사진을. 데이트할 때마다 한 백장씩은 찍어감..
예전엔 친구들한테 전화 오면 "걍 놀고 있어" 이러더니
"여자친구랑 있어" 라고 말을 하고..
얼마 전 술자리에도 자랑스럽게 날 데려가더니
허리를 잡고 놔주질 않음;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도 데려다 준다고 같이 일어남;;
처음 날 만났떤 시절보다 더 잘해줌........
나 물론 남친에게 너무 고마움. 남친이 아니었음
평생 그렇게 살았을 수도 있으니
근데 나 마음이 왜 이렇게 공허한지 모르겠음 ...... .....
이렇게 변한 내 겉모습을 사랑하는 건지. 남친이 정말 날 사랑하는 건지 모르겠음..
데이트하고 나면 늘 오는 문자는 "오늘 이쁘더라", "오늘도 이뻤어" 이런 문자..
그렇게 구박하던 남친이
이쁘다는 칭찬만 하게 되었는데도 내 맘이 편치를 않음......
혹시 이런 경험 있는 커플 있는지.. 있다면 조언 좀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