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정말 이보다 더한 드라마가 없을 것 같았던 2009년 WBC. 야구라곤 방망이와 공밖에 모르던 문외한들도 이제 어느 정도 야구의 기본 룰 정도는 알았지 않을까 싶다. 이 시점에서 한 번쯤 비교해 볼만한 두 가지! 인생을 축약해 놓은 것 같은 야구에 연애를 대입해 보면 어떨까? 야구를 알면 매직아이처럼 보이는 연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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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넷 : 될 듯 안될 듯 미묘한 관계에서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미끼를 던지면 당하는 사람은 안달이 날 수밖에 없다. 바로 눈 앞에서 잡힐 것 같은데 빗겨 나가니 감질 맛만 더할 뿐 허무하기만 하다. 포기하자니 아깝고 기다리자니 지칠 때쯤 상대는 한 번의 기회라며 출루를 허용한다. 하지만 좋아하기엔 이르다. 아직도 넘어야 할 2단계, 3단계가 남아있으니 말이다. 이러니 그의 심장이 버티고 있는 홈을 밟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만루 홈런 : 사랑은 쟁취다. 1루와 2루, 3루에는 또 다른 이들이 홈을 노리고 있는 상태이다. 이때 크게 한 방, 만루 홈런을 때려주는 주인공. 앞의 세 사람이 홈을 밟을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주긴 했으나 결국 영광스러운 스포트라이트는 주인공의 몫이다. 간혹 출루한 주자가 없는 상태에서 때리는 솔로홈런도 감격스럽지만 문제는 단 1점이라는 거. 화려하게 홈을 밟는 영광이야말로 만루홈런만 한 게 없다.
삼진아웃 :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글쎄다. 열 번 찍으면 바보 혹은 눈치 없는 인간으로 여기기 쉬운 세상이다. 상대가 너무 강하다면 애초에 정면승부하기엔 힘들다. 번트든 볼이든 다른 방법을 취해봐야 한다. 만약 상대를 얕잡아보는 거라면 조심할 것. 누구든지 장단점이 있기 마련. 치기는 좋으나 막상 방망이를 대면 빗겨나가기 힘든 직구 기술을 발휘할 수 있다. 다만 그 횟수와 타이밍의 차이일 뿐.
도루 : 감정의 소통이란 룰이란 게 따로 없다. 남 주긴 아깝고 나 하긴 뭣한 상황에서 출루는 시켰지만 꽁꽁 묶어둔 채 더 이상의 진루를 막으려 해도… 사람의 감정이란 게 뜻대로 될 리가 있나. 어느 순간부터 마음 속에 자리잡기 시작하는 상대. 방심한 순간 상대는 도루에 성공, 점점 홈에 가까워져 간다. “제가 이 사람이랑 잘될 줄은 몰랐다니까요!” 글쎄, 도루를 허용한 당신의 무의식이 작용한 게 아닐까?
플라이아웃 : 기대가 클수록 결과가 더 실망스러울 때가 있다. 분명 그도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조금만 더 지나면 그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허무하게도 아웃! “여자로 본 적 없는데…”, “나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어.” 한껏 기대에 부풀어 헛물 켜다 벤치로 돌아오며 쓴 눈물을 삼켜야 하는 신세가 되고 나면 혼자 김칫국만 마셔댔던 자신이 그저 한심스러울 따름이다.
우리나라의 야구는 세계에서 과소평가되어 왔다. 어느 누구도 한국 야구가 이만큼 발전해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그 예상을 깨고 우리는 대단한 성과를 올렸다. 물론 메이저리거 만큼의 실력에선 모자라다. 하지만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힘의 원천은 ‘희망’과 ‘투지’ 그리고 ‘노력’이었다.
흔히들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것 또한 인생과 닮아있다. 나 자신을 믿고 꿈을 믿는다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 당신의 사랑을 해피엔딩으로 만들 수 있는 힘도 바로 그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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