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는 대중문화의 새로운 흥행코드다. 사투리를 얼마나 실감나게 구사하느냐에 따라 흥행이 좌우된다. 역으로 대중문화 속 주인공의 사투리가실제 사투리의 이미지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 대표적 주인공을 살펴본다.
● 영화 '친구'의 동석(장동건) :"내가 니 시다바리가" "고마해라. 2001년 개봉한 영화 '친구'는 대중문화 속 사투리 열풍의 효시와도 같은작품. 친구 이전 사투리는 기껏 출신을 드러내는 장식품에 불과했지만, '친구'에서의 사투리는 영화의 색깔 자체를 결정지었다. 의리와 배신의 화신인 동석에 초점이 맞쳐지긴 했어도, 실제 주인공은 경상도 사투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상도 사투리 바로 그 속에 의리와 배신의 역사가 담겨 있다는 듯이.
마이 묵었다 아이가"
●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의 양순이(장나라) : "엄니, 아부지. 제발정신 좀 차리셔유."누가 충청도를 핫바지라 했나, 누가 충청도 사투리가 느리다고 했나. 딱바라진 양순이는충청도 사투리를 매우 빠르고 경쾌하게 구사했지만 누구도어색해하지 않았다. 충청도 사투리가 느리고 미련하다는 고정관념의 허를절묘하게 찔렀던 것. 덜 떨어진 양순이의 부모는 바로 그 고정관념인 허상의 충청도였는지 모른다.● 영화 '선생 김봉두'의 학생들 : "죄다 선생님을 좋아한데요"다른 지방에 비해 강원도 사투리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가 비로소 중앙 무대로 진출했다. 개그콘서트에서도 새롭게 뜨고 있는 사투리가 바로강원도 사투리다. 숨겨진 '강원도의 힘'이었다. 대중문화는 새로운 우물을발견하는 셈이다. 영화에서 강원도 사투리는 때묻지 않은 순순함의 결정체와도 같다.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고 나갈 출발점일뿐이다.● '황산벌'의 계백 부인(김선아) : 호랑이는 거죽 때메 뒤지고, 사람은 이름 때메 뒤지는 겨.영화 황산벌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인물은 계백 장군도, 김유신장군도 아니다.
비장의 카드는 바로 계백 부인. 전라도 사투리가 무척 정감어리고 코믹하게도 들리지만, 그 속에는 민초들의 체념과 한, 그 응어리가 진하게 배어 있기도 하다. 계백 부인의 대사는 그 바로 그 비극의 절정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