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머리"는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으며, "대"에는 또 무슨 뜻이 있을까?
"대머리"라 않고 "민머리"라 할 때는 그런 대로 뜻을 알 만해진다. 한자로 "禿山"(독산)이라고 하는 훌러덩 벗겨진 산이 "민둥산"이며(한자의 "禿"자는 "秀"자와 궤를 같이한다!), 여자의 화장하지 않은 소안(素顔)이 "민낯"인 것과 같이, "민"은 본디 앞가지(接頭辭)로서, 아무런 꾸밈새나 덧붙어 딸린 것이 없음을 나타내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민대가리"·"민머리"같은 것이 대머리의 뜻으로 됨은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젠 "민머리"쪽은 거의 쓰이고 있지 않은 말이고 "대머리"쪽이 강세(强勢)다(사실은 "민머리"란 말 속에는 벼슬을 못한, 즉 감투를 써 보지 못한 머리라는 뜻도 있었다). "대머리"는 "머리"의 낮춤말인 "대갈머리"쪽에서부터 온 것이나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있긴 하다. "身體髮膚 受之父母"(신체발부 수지부모:몸과 털, 살갗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았다)의 사상에 젖어 있을 때만 해도, 아무리 인공(人工)이 가해지지 않은 현상으로서의 대머리일지언정, 어머니 뱃속에서 나올 때와는 달라져 버린 그 벗어진 현상이 "불효"(不孝)였던 것이요, 그래서 "대갈머리"로 낮춰 쓰다가 된 "대머리"가 아니겠느냐는 생각에서이다("대가리"는 중세어에서는 "껍질"이란 뜻이 있기도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또 한편으로는 "대" 그 자체에서 하나의 뜻을 찾아보는 방향도 있을 것 같다. 크고, 밝고, 드러내 놓는다는 뜻을 지닌 앞가지로서 "대"라는 말을 생각해 볼 수 없을 것인가 함에서이다. "대낮"이라든지 "대보름", 승부를 마지막으로 결정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대매"라는 말 외에도 한번이란 뜻으로 "대번" 할 때의 "대"가 "대머리"의 "대"와 맥을 함께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반드시 그르다 할 수는 없겠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