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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탯말 사전을 쓰는 이유
쵸쵸쵸 2011-12-12     조회 : 11826
전라도 탯말 사전을 쓰고 있는 이유

           
 

 표준말과 사투리가 있다. 참말은 표준말이고 사투리는 각 지방 토속어들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고향이 정해진다고 한다.  

꼬리표가 되고 줄을 서는데 서열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족에게서 때론 주변과 그를 애워싼 모든 것들이 토속어 속에서 관계가 설정된다. 모든 사고나 심성까지도 사투리를 통해서 배우고 익혀 나간다.  마치 도도히 흐르는 물살과도 같은 것이다.

사투리라고 홀대 당하지만 분명 그 속에는 그 지방 사람만이 갖는 끈끈한 정이 감돌며 무슨 연대감 같은 것이 있다. 언제부턴가 이런 사투리가 비속어로 치부되어 버렸고 사투리라는 어감 자체가 천박스럽게 느끼게 끔 시나브로 우리들의 마음에 점령해 있다.

 

표준말과 사투리의 이원론 속에 마치 사투리가 지니고 있는 문화까지도 헐값에 매도당하고 있다. 글쓴답시고 고향의 탯말들을 알고 있다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사랑과 고통을 함께 했던 사투리를 정직하게 비춰지질 않고 우스개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조자룡 헌칼 내두르듯 아무런 책임감도 없이 함부로 막 쏟아 내버린 잘못에 대해선 그가 아무리 훌륭한 작가로 성장하였더라도 식모나 머슴, 술집 작부 그리고 공장여공들로 폄하 비하 시킨 그들이 결코 고향 사람들에게는 자유스러울 수가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요즘은 사투리는 밖으로 나타나지를 못하고 자꾸 숨어 들어간다.

 

서글프게도 사투리는 배우지 못하는 사람이나 쓰는 언어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우리 나라가 근대로 오는 짧은 과정 중에서 표준말과 사투리로 구분해 놓고 표준말은 소수 특수층만의 지식인이고 서울 중심의 사회를 만들려는, 서울로 서울로 꾸역꾸역 밀려들게 만든 이땅의 가치관 지체를 엉망으로 바꿔버린 대표적인 잘못된 결정이다. 나는 그래서 사투리라는 용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요즘은 토속어니 토박이라는 한자와 한글이 뒤석인 말 보담 어머니 탯속부터 배워 온 말이라고 해서 탯말이라고 쓴다. 

 

나의 고향은 항구 도시 목포다. 목포는 지금은 인구 30만도 안 되는 남녘끝 조그마한 소도시이지만 1897년 인구 5만명 정도로 개항 당시만 해도 우리 나라의 5대 도시였다. 일찍부터 삼백三白의(쌀 목화 소금)도시 답게 교역의 중심지였다. 황포 돛대를 단 나룻배들이 영산강의 긴 여정을 마치는 끝자락도 목포이고  우리나라에서 섬들이 가장 많고 섬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여객선과 고기잡이배들이 드나드는 길목도 목포 항구였다.

 

목포는 전라도 탯말의 중심지이기도 하였다. 탯말들로 북적거리던 항구 도시 목포에서는 좀 과장된 표현이지만 갈매기 마저도 탯말들을 나쿼채어 주둥이에 물고 노닐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곳이 나의 고향이다. 그 탯말의 중심부에서 선대부터 나고 자랐으며 그래서 탯말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잊혀져 가는 것을 붙들고 아쉬워하고 있는지 모른다. 탯말은 어머님 같은 것이다. 마음속에는 어머님을 그리워하듯이 탯말을 그리워하는지 모른다.

 

전라도는 지역적으로 서쪽에 위치하였기 때문에 산이나 혹은 바다 속으로 힘없이 함몰되어 가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지만 진취적이며 저돌적이고 이성적이지는 못하지만 그러나 정서적인 측면이 강하며 슬기롭고 지혜롭다. 이는 저무는 석양을 보면서 채득한 바라봄의  철학이 몸에 베였기 때문이고 그래서 예술가들을 많이 배출한 것과도 무관하지는 않을까 싶다.

 

여기저기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에선 낭만과 풍류들이 뒤엉킨 탯말들이 풍겨 나온다. 사람사는 그런 냄새가 나는 그 탯말들을 이야기 하고 싶다. 탯말을 이야기 하기 전에 꼭 짚고 넘어갈 것이 있는데 그건 전라도 사람들의 성품들이다. 전라도 사람들은 잡초처럼 짓밟히고 뭉개져도 그들의 생각에 정의라는 판단이 서지 않는 한 쉽게 행동에 옮겨 놓지 않는다. 그러나 민중 위에 군림하려는 그 어떠한 세력에도 절대 굽히지 않는 은근과 끈기가 있다. 동학민중운동이니 학생의 날을 11월 3일로 정하게 된 역사적 배경들은 차제 하더라도 근 300년이란 긴 세월 동안 모질도록 질기게 싸워서 1950년에 민중들의 승리로 끝마친 <하의도 소작 쟁의 운동>이며 1976년 농민운동의 도화선이 된 <함평 고구마 사건>이며 <광주 민주화 운동>의 진원지가 바로 전라도 민초들이다.

 

나는 가끔 우리의 위대한 선배 거시기들께서 “대창을 들고 머시기로 모이자”라는 말들이 들리는 것 같은 환청에 사로 잡힌 적이 가끔 있다. 이렇듯 우리들의 핏속에는 국가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여지없이 일어서는 피가 흐르고 있으며 그것은 탯말들속에 베어 있다.

 

임진왜란 때는 바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조상들이 왜놈들과 맞서 싸우는 그 참 모습에 감격한 이순신 장군 마저도 난중일기에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만약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라고 남겼다. 김칫거리를 짓가심이라 하는 사람들, 남들의 언짢은 일을 보면 “오메, 으짜거나이”하며 슬픔을 같이 하고 늘 낮게 살아야 하다를 “야찹게 살라" 하신 어머님의 말들이 살아 숨쉬는 그 곳 내 고향 탯말들을 기필코 써 볼까한다. 여러분들의 많은 격려를 받아 용기를 얻고 싶다.

                                                                                                             (산향 조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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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전라도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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