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꽃 참말로 이쁘지야.
나는 저 흰색도 이삐지만 보라색이 더 좋드라.
머리 곱게 딴 처녀 같지 않냐?
가만 놔둬도 으디서 저라고 이삔것들이 솟아나는지,
저것들 봐라, 저라고 작은 송이가 점점 커지고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다가 퐁 열린디,
나 애랬을때 도라지꽃 열리는 것 볼라고 한참 바라볼 때도 있었어야.
그 때 우리 엄니가 그라시드라.
꽃 피는 시간은 아무에게도 안보여준다고,
왜라, 엄니, 그라고 물응께,
꽃이 필 때 꽃길이 열린디 꽃길로 들어 서믄 세상을 잊어분다고,
인자 이라고 늙었응께 꽃길로 들어서서 세상 잊어부러도 괜찮으것인디.
그나저나 저것 땅속에 오륙년 가만히 묵히믄 인삼보다 더 좋다드라만,
사람맴이란 것이 참 이상하드라.
막상 집을 폴 때는 괜찮았어야.
집을 내 논지도 오래됐고 값도 그만하믄 괜찮았제.
언젠가는 폴아야 할 집이었응께,
근디 집 산 사람이 잔금 개리러 와서 글드라.
소 키울라믄 저 은행나무는 잘라 불고 이 앞마당은 다 공구리를 씌워 분다고,
그 말을 듣는디 갑자기 맴에서 쿵 소리가 남시롱
오메 으짜끄나 싶드라.
나도 머 벨라 저 은행나무를 안 좋아했어야.
아담한 구석은 하낫도 없고 사나워 보이잖냐.
안 이뻐해도 열매는 으짜고 그라고 많이도 매단지 느그들한테 다 보내주고도 남아서
해년마다 돈도 좀 했는디,
느그 아부지 돌아가신 다음 해였을 것이여.
여름날도 바람 세찬 날 있어야. 혼자 마루에 가만히 앉아 있는디
나뭇잎 촘촘히 매단 저 가지들이 둥게둥게 흔들거리는디
갑자기 저것들이 무섭드란 말이다.
쉭쉭거리며 소리까정 내는디,
저 이파리들이 다 간재미 눈처럼 나를 흘겨보는 것 같았제,
무섬증이 들어서 오죽하믄 앞집 느그 아짐을 불러 댔겄냐.
생명이야 누구한테나 다 있제만,
참말 그 때는 저 은행나무가 무선 사람처럼 여겨지드란 말이다.
맨날 그러지는 않제,
그래도 그 일 뒤로 저 은행나무 안 미워할라고 애썼어야.
꼭 내가 지 못생겼다고 생각한 것을 아는 것 맹키로
그래서 나를 겁준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드랑께,
사실 저것처럼 순한 것도 없어야.
비료를 주기를 하나 풀을 매주기를 하나,
봄 되믄 저 혼자 이파리 내고 여름되믄 열매 맺고
가을이믄 참말 으디서 그라고 노란 빛깔이 솟아나는지,
그라고 이삔 노란 빛깔로 된 천 있으믄 옷 하나 해 입고 싶어야.
할매가 노오란 옷 입으믄 사람들이 다 웃겄제.
당귀 꽃도 참 이쁘지야?
당귀는 저라고 꽃이 피믄 다 죽어분디,
올해는 밸라도 꽃이 많이 피었어야.
나도 모르제, 왜 꽃이 피믄 죽어분지,
꽃으로 심이 다 가부러서 그라까?
사람 죽을 때도 당귀처럼 꽃피믄 조으거신디......
오메 이빼라 하고 쳐다봄시롱 슬프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고,
그라고 보믄 당귀가 사람보다 더 낫다야.
삼시롱도 주기만하고 마지막도 죽을라고 저라고 이삐고,
옛날 사람들은 남편이 전쟁터에 나가믄 당귀를 품속에 넣어줬다 글드라.
힘없을 때 묵고 힘내라고,
향기가 쌉쏘름 한 것이 참 좋아야.
노물을 해묵어도 맛있고,
도라지는 목에 좋고, 당귀 뿌리는 여자한테 좋다 해서
느그들 삶아서 묵으라고 할라고 했는디
이라고 집을 팔아붕께 인자 다른 사람 것 되아부렀다.
머든 주인이 따로 있제 싶다.
인자 무성한 저 잡초들도 그만이겄제.
저것들하고 싸우느라고 안 심심했는디,
저것들이 저래봐도 징하게 힘이 세야.
풀도 사람하고 똑 같아서
사람 버릇 애릴 때 잡아야 한것처럼
얼른얼른 안 뽑아 주믄 즈그들도 컸다고 늙은 할매를 아조 우습게 안단 말이다.
암도 안봐주고 누가 이빼하지도 않은 저 쇠비름은
봄부터 가을까지 노란 꽃을 아조 오래오래 피워야,
내 맘써 놈의 맘 안다고
저것도 생각해보믄 아조 슬픈 풀이여야.
암도 봐주지않는디 몸서리를 침시롱
지 혼자 꽃피어 낼 때 맘이 으짜겄냐.
요 바랭이는 땅이 넓으믄 땅으로 넓게 자라나고
고구마 밭에 나서 기어갈 땅이 없으믄
고구마 줄기를 막 내리 누름시롱 커가야.
이것도 늦 여름에 풀 나믄 봄것하고 많이 다르드란 말이다.
나자마자 아조 째깐함시롱도 꽃을 금방 피어나게 해야.
즈그들도 살날이 얼마 안남은 것을 알고
금방 새 끼를 칠라고 아조 애를 쓰는거제,
참말 풀들도 살아가는것 보믄 신기한것 투성이여야.
이것 봐라, 저 길가에 심은 채송화 상추 심어 논데 까지 번진 것 봐라.
이것도 참말 불쌍하드라.
세상에 하도 상추밭에서 솟아나길래 미와서 저 앞에 뚝에 갖다 배랬드니
세상에 거그서 자리 잡고 꽃을 피우드란 말이다.
저 자목련나무만 보믄 느그 외할무니 생각이 나는디,
느그 외할무니 노망나서
자목련 꽃잎 따묵음시롱 이것좀 잡솨 보시오 참 맛있단 말이요,
하던 모습 생각함시롱
나도 은제 그랄까 봐서 맘다잡고 했는디
인자 이집 떠나믄 멀로 맘잡을랑가 몰겄다.
메칠 있으믄 저 은행나무 비러온다고 해서
쫌 더 있다가 나 가분 뒤에 비라고 했다.
아이고, 저것도 쓸쓸하기가 시방 내 맘 같겄제.
아니여, 내 맘보다 더하겄제,
암만 생각해도 이라고 늙어갔고 살든 곳 떠나서 잘 살아질랑가 몰겄다.
느그 오빠가 세상에 없는 효자이긴하제,
하지만 아무리 효자 아들집이라 해도 놈의 집인디
더군다나 풀도 나무도 없는 아파트에서 으뜨케 살랑가 몰겄다.
하기사 채송화도 뚝에서 자리를 잡았응께
나도 그폭하고 살믄 살아지겄제.
그나저나 느그 아부지 정성들여 키우던 저 꽃나무들 아까와서 으짜끄나,
집은 밸로라도 꽃이 피믄
우리집 참말로 환해졌는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