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9년 봄..
봄바람 살랑살랑.
싱숭생숭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던 당시 스물열한살의 저는..
의학의 힘으로 소개팅 승률 80-90%를 달리며
한층 자신감이 상승되어 있을 때였기도 했습죠.
하지만 박복하다고 말씀드렸다시피..
승률은 높되.. 그 질은.. 어흑.....
(그저 외로움을 타파하고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소개팅해준다 그럼 막 만난 저의 죄지요..)
아무튼..
친한 언니께서 (어렸을 적 한동네에서 자라서 울 친언니랑도 친구..)
저를 어여삐 여기사, 그 언니가 전에 다니던 회사의 과장님을 통해
소개팅을 해주겠다는 연락이 왔어요..
그 과장님(이하 과장놈)으로 말씀드릴 것같으면,
그 언니와 제가 술을 먹던 어느날,
동석하시어 저를 곱게 보아주신 나머지, 소개팅을 이미 한 번 주선하셨으나..
자신감만 있고 콧대만 높고.. 유머감각, 눈치, 예의 등을 밥말아 잡순
그런 분을 소개시켜주셨고.
그 뒤 정중히 우린 인연이 아닌거 같다고 죄송하다 보냈더니..
자기를 아직 잘 몰라서 그러는 거라며..
몇번 더 만나보면 자기에게 빠질거라며..
뭐.. 블로그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뭐 그런 사연이 있었는데욤.....
그니까...
이번에도 나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외로워서.. 그만........... ㅜㅜ
전 남 탓 안합니다. 다 제 탓입니다. ㅜㅜ
나이는 저보다 두 살 많은 분이라 했고,
무슨 일하시던 분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않아요..
암튼.. 지난번 소개팅처럼 주선자들도 다 나와서 함께 술마시자했는데.
그날이 마침 제 사촌동생의 결혼식인거에요..
결혼식 들렀다가 약속시간이 좀 남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보다는
여유롭게 식구들과 얘기도 좀하고
함께 편하게 차로 이동하자는 생각으로 차를 탔는데..
주말에 원래 막히는 도로....
차가 갈 생각을 안하고....ㅜㅜ
암튼.. 그렇게 일단 죄송하다고 문자를 주고 받고,
주선자 과장놈은 사정이 생겨 못오신다하고,
그 언니와 소개팅남이 먼저 만나있기로 했어요.
그리고 얼마 후.. 그 주선자 언니에게 연락이 왔는데..
"긴가 민가 했었는데, 이 놈을 만나보니 내가 아는 놈이었어.
같이 잠깐 일했던 놈.
근데 과장놈이 왜 다른 사람 스펙을 알려줬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일단 와라.."
읭?
멍미?
..
했지만, ‘정 아니면 그냥 그 언니랑 술먹고 놀다 들어가믄 되지 머..’
라는 철없는 생각으로 조금 늦게 약속장소에 도착...
이미 두 분은 소주 각 일병씩을 잡순 상태였습니다.
근데..
후..
그 소개팅남...
진짜 민망하게스리 티가 팍팍 나게..
제가 마음에 들었음을 과하게 표현하십니다.
저 공주병 아니고요.. 진짜 그랬어요..
그래서 더 힘들었구요.. 힝.
결혼식때문에 입은 정장원피스를 보며..
면전에서 자기는 여자가 정장입는거 너무너무너무너무 좋다고..
그럼 여자정장이랑 사귀렴...
이 분의 모습은 말투와 행동을 모두 고려해보았을 때
그냥 깍두기, 조폭, 양아치.
어흑. ㅜㅜ
자꾸 내가 오늘 끝까지 책임지겠다며..
10차라도 쏘겠다며..
지금 택시잡아타서 서해안쪽가서 조개구이 먹고 오자고..
자기가 딱 집앞에 모셔다 드리겠다고..
아침부터 미용실들렀다, 결혼식 들렀다,
밀리는 차에서 피말리는 심정으로 조마조마했는데..
이 망할 놈때문에 더욱 피곤..
여자 화장실에서 그 언니와 급회동.
“뭐냐 저 놈은.. 나오기로 한 분도 아니고!!!!
언니에겐 내가 저 수준으로 보이는거냐..
진짜 이건 아니지 않냐..
나를 아낀다고 하지 않으셨냐..ㅜㅜ”
했더니,
“나도 정말 미안하다..
앞으로 그 과장놈이랑 말도 안섞겠다.
그냥.. 지금 내 입장 생각해서 분위기만 맞춰다오.
그럼 이 언니가 알아서 너를 집에 보내주겠다..”
하여, 그렇게 합의를 하고..
우선 두분이서 각 소주 일병이상의 술을 드신 곳을 나와
2차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옮긴 곳은 2층에 자리하고 있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의 술집..
이름이 "진달래**"였던거 같은데 잘 기억 안나네요..
암튼,
그 망할놈의 불꽃눈빛을 어렵사리 피해가며 어떻게 탈출할까를 궁리하던 중.
주선자 언니의 손에서 반짝이는 금반지를 보았어요..
전 그의 불꽃시선을 피하기 위해 그 반지에 집중했습니다.
"언니! 반지 못보던건데, 뭐에요?
나도 요새 가는 실반지 끼고 싶었는데..
나 한 번 껴봐도 돼요?
아.. 이쁘다! 이거 나 주면 안돼요?
아. 갖고 싶다.."
주절주절...
근데 갑자기..
건너편에 앉아 있던 이 소개팅남이..
"저랑 지금 나가서 반지 사실래요?
제가 사드릴게요. 대신 저랑 커플링으로 맞춰야 합니다. ㅎㅎㅎ"
뭥미..
미친거 아냐? -_-
됐다고 얘기하고 반지를 그 언니에게 돌려줬어요.
그랬더니, 이 남자가 주선자언니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주선자야. 그 반지 00씨께 드려라..
그럼 내가 너에게 새반지를 사주마."
그 말을 들은 주선자 언니.
덥썩 뭅디다?
읭? 왜? 왜?????
나 아낀다면서요.. ㅜㅜ
"그럴래? 그럼 반지 00이 빼줄테니까 넌 나와 반지를 사러 가자.."
이러시고 여자화장실로 저를 조용히 부르시더니..
"00아.. 너 쟤 다신 안볼꺼지?
나도 오늘 좀 기분나빠서 쟤 좀 뜯어먹어야겠다.. 괜찮지?"
순간.. 저는 등신귀신이라도 씌인 건지,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그 언니는 말을 잇습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할께..
근데.. 그 반지.. 그거 지금 만나는 오빠가 사준 거라서..
널 줄 수는 없어.. 집에 가기 전에 빼주고 가렴.."
저는 순간.
‘읭? 뭐지?’하였으나..
아무튼..
그렇게 언니는 할말을 하고 화장실을 빠져나갔습니다.
하..
이 둘은 정말 밖에 나가 반지를 진짜로 사옵니다..
그러면서 저에겐 곰인형을 안겨줍디다..
그 뒤로 계속 이어지는 망할 놈의 혼자만의 상상과 꿈의 나래(저와 함께하는-_-)
를 참아주다가 드디어 귀가.
식구들은 인형을 들고 들어서는 저를 보며..
“어디서 그딴 먼지구댕이 인형을 주워왔냐..
갖다 버려라.. -_-“
‘아. 당장 버리고 싶은데.. 오늘은 안되겠다.
재활용 수거하는 날 버려야겠구나..’
맘을 먹고 방구석에 쳐박아놓고 잡니다..
토요일 그렇게 소개팅한 후 다행히 일요일 아무 연락없습니다.
월요일 출근했습니다.
그 언니에게 메신져가 옵니다..
"그 주선자 과장이 그러는데 그 놈이 나를 너무 맘에 들어하는데
술먹고 실수한 거 같아서 연락을 못하고 있다고..
너 어떡할래?"
지금 장난하십니까? ㅋㅋㅋ
(쓰다보니 주선자 언니가 더 밉네요. -_-)
“당근 아무 미련없고 연락안왔으면 좋겠다.
연락처는 혹시나 내가 모르고 받을까봐 당분간 저장해놓겠다..”
이렇게 마무리를 지었지요.
나 참. 별 웃기지도 않는... ㅎㅎㅎ
그리고 또 다시 도착한 그 언니 메신져..
미친 놈이라며.. 열받아 죽겠다며. 욕으로 시작.
그 망할놈에게서 연락이 오긴 왔는데..
내용인 즉슨,
“내가 술취해서 기억이 안나는데 지갑에 보니 금은방 영수증이 있더라..
18만원인데 이거 뭐냐?” 였고,
그래서 이러저러 설명했더니..
“미안한데.. 그거 환불하자.. 내가 실수했던 거 같다..”
며, 계속 일도 못하게 문자, 전화, 문자, 전화..
그러니까 저더러도 절대 그 놈 연락 받지 말라고..
자기 너무 괘씸하고 기분나빠서 절대 환불 안해줄거라고..
저는 ‘얘네 뭥미?’ 하고 알았다 했습니다.
어차피 다신 안볼 놈.. (금은방사건과 무관하게) 연락받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전 퇴근을 합니다..
원래 우리집은 서울동쪽 끝.
시집간 친언니네(주선자언니랑 친구) 집은 서쪽 끝.
회사에서 언니네 집이 더 가까워 평일엔 거의 언니네서 지냈거든요.
언니네 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이 망할 놈에게 전화가 막 옵니다..
안받았습니다..
자꾸 옵니다.
이젠 모르는 번호로 옵니다..
안받았습니다..
이거 분명 그 언니 설득해서 반지 환불해달란 얘길테니깐요..
계속 윙윙대는 전화기..
짜증납니다..
그래서 주선자 언니에게 전화했어요.
자꾸 전화오니까, 언니가 그 과장놈에게 연락을 하든..
그 망할놈에게 연락을 하든.. 나한테 전화하지 말라고 해달라고..
그 언니 알았다고.. 미안하다고 끊습디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언니에게서 전화가 다시 옵니다..
"00아.. 내가 그 과장놈이랑 통화를 했는데....
너한테 전화를 계속한 게.. 반지때문이 아니랜다.."
읭? 반지가 아니야? 그럼 뭔데??
"있잖아.. 너..곰인형.."
읭? 곰인형? 왜??
"그게... 걔가 산 게 아니고.."
아니야? 둘이 같이 나갔다가 같이 들어올 때 산 거 아녔어??
"나도 걔가 갑자기 어디서 곰인형을 났나.. 했었는데
뭐 그냥 앞에서 산거겠거니 했그든.."
근데? 왜??왜왜왜왜??????????
"그게.... 거기 술집....에... 장식돼있던.. 거래...."
으악!!!!!!!!!!!!!!!!!!!!!!!
이게 뭔 소리야??????????????????????????
"그 술집 사장이. 그 망할놈이 카드 긁은 정보를 추적해서
그 놈에게 연락이 오고..
절도죄로 집어넣겠다고 난리가 났다나봐..
돈으로 못사는거라고,
변상하겠대도 안먹히나봐.......... 어뜨카니...."
아, 놔 지금 장난해?????????????
ㅠㅠ
순간.
번뜩드는 생각...
모르는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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