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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암릉에서의 휴식, 영원한 |
마운틴코리아 |
2011-09-03 조회 : 10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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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14일 오후 5시,
장맛비와 습한 날씨는 사람을 쉽게 지치게 만든다.
이런 날씨에 가만히 있으면 더 지치고 짜증이 나기 때문에 대원들과 암벽장비를 챙겨 인수봉 등반을 갔다.
인수봉 의대길 마지막 지점을 오르기 전 확보를 보고 있는데 무전기에서 만경대 등산로에서 계곡으로 추락했다는 연락이 왔다.
등산로 상이기 때문에 일반 골절상으로 생각하고 신속하게 장비를 챙겨 이동하면서 정확한 위치와 환자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휴대폰으로 연락하니,
지난해 6월 강모씨(33세)가 50미터 아래로 떨어져 자살한 곳이 아닌가.
직감적으로 ‘사망사고’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바위 위에서 휴식한 후 현기증으로 추락사 현장에 도착해 지난해 사망사고지점에서 20미터 정도 아래 숲 지대까지 더 내려서니 부서진 나뭇가지 사이로 사고자가 있었다. 사고자는 호흡과 맥박이 없고 동공이 풀린 상태로 허리가 꺾여 있었다.
<.. 중략..>
사고자 양모씨(55세)는 단독으로 갑자기 무리한 산행을 후 하산하다 만경대 등산로를 벗어나 전망이 트인 암벽 위에서 잠시 누워 휴식을 취한 것이 화근이었다.
일어나면서 현기증으로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70미터 절벽 밑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두개골 함몰, 전신골절 및 과다출혈로 현장 사망하였다.
북한산은 일반 산과 다르게 전체 지형이 깎아지른 암벽으로 이뤄져 휴식 시 전망이 좋다고 암벽이 있는 장소 아무 곳에서나 쉬면 안 된다. 또한 여름철 산행은 자기 체력에 맞는 일정을 잡고 산행을 해야 하고 휴식 시는 안전한 장소에서 휴식해야 한다. 사고자의 현기증은 열 손상 중 가장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더운 곳에서 무리한 운동을 하거나 장시간 햇볕을 쬐면 일어나는 것으로 토할 것 같은 느낌과 어지러움, 두통, 경련으로 쓰러진다.
이때 환자는 시원한 장소로 옮긴 후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젖은 옷을 벗겨준다. 부채질을 해주거나 이온 음료나 물을 준다. 단 의식이 없으면 입으로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일반 산 같으면 간단한 응급조치로 안전하겠지만 위험한 암벽지대에서 현기증은 자칫 사망사고로 이어진다. 이 사고가 잘 보여주는 사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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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보없는 암릉등반은 단 한번 실수로 사망
지난 7월 22일 오후 1시 경 김모씨(57세), 만경대 정상에 있는 넓은 바위지대 밑 직상크랙에서 단독으로 확보 없이 클라이밍 다운하여 트래버스 하다가 실족, 40미터 절벽으로 추락한다.
신고를 받고 즉시 현장 지형을 머리에 그리니 헬기로 후송하기 위해서는 사고자를 정상으로 홀링(거벽 등반 시 장비와 식량을 짐 자루에 담아 다음 확보지점까지 끌어올리는 기술)을 해야 하는데 정상은 확보지점이 없기 때문에 프렌드(암벽등반 시 바위틈에 끼워 지지력을 얻는 확보장비) 6개를 준비해 현장으로 갔다.
목격자 고모씨는 만경대 입구까지 나와 긴장된 표정으로 현장을 안내했다. 작은 나뭇가지 사이에 있는 사고자 상태를 확인하니 의식이 없고 호흡과 맥박이 정지된 상태로 동공이 풀리고 팔다리가 골절되어 있었다. 불과 몇 분전까지도 심한 통증으로 나뭇가지를 손으로 움켜진 상태로 미세한 체온이 남아 있었다. 신속하게 헬기로 이송하기 위해서 만경대 정상으로 등반하여 로프를 내리고 들것에 연결해 끌어 올려 후송하였으나 사망하였다.
만경대 정상에서 밑으로 내려가는 크랙은 어지간한 강심장으로는 엄두도 못내는 곳으로 등반 시 전문 암벽등반가도 필히 확보해서 클라이밍다운 하는 곳이다.
이런 곳을 확보도 없이 백번을 무사히 간다고 해도 한번 실수는 곧 사망으로 이어진다. 얼마 전 잠수함 바위 쪽 암릉구간을 순찰하다 안면 있는 분이 밸런스가 애매한 한 코스에 대해 올라가는 법을 묻고 있는데, 뒤에서 혼자 올라온 암릉꾼이 이런 곳을 그리 복잡하게 올라가냐는 듯이 쉽게 올라서더니, 그 다음 슬랩은 더 가관이다.
암벽화는 고사하고 손의 땀으로 초크가루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곳을 리지화가 밀리고 손바닥이 미끄러지면서도 올라서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 오른쪽은 추락 시 30미터 절벽이다. 그분은 이런 생활이 일상화가 되어 아무 생각이 없다. 다음 구조대와의 만남은 어떤 모습일지 눈에 선하다.
산에서 벌집을 건드리면 자칫 목숨을 빼앗길 수도
2005년 8월 1일 오후 3시, 온종일 폭우가 쏘아져 순찰을 나가지 않고 구조대에 대기하고 있는데 북한산 원효암릉 구간 가운데 리지꾼들이 ‘파랑새 바위’라고 부르는 곳에서 다급한 연락이 왔다.
벌에 쏘여 쇼크로 쓰러져 의식을 잃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벌에는 꿀벌과 말벌이 있어 침을 쏘는 방식이 다른데 꿀벌은 침이 계속 살에 꽂히는 반면, 말벌은 그냥 찌르기만 한다.
어떤 벌이든 쏘인 자리가 붓고, 가렵고, 아픈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로는 두통, 어지럼증, 구토, 호흡곤란 및 심하면 쇼크 증상까지 이어진다.
전신 증상 시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하여야 한다. 벌에 쏘인 자리는 얼음주머니를 대주면 혈관팽창을 막아 독에 의한 붓기를 가라앉히고, 아픔을 가시게 할 수 있다. 꿀벌은 침이 박혔는지를 살펴 침을 제거해 주는 것이 좋다.
벌침은 핀셋이나 손톱으로 제거하다 보면 벌침이 더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 바늘이나 칼로 긁어 주고 없으면 신용카드 등으로도 제거한다. 특히 알레르기 증상이 있는 사람은 온 몸이 붓고 가렵고 숨쉬기가 힘들어 빨리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특히 이날은 나쁜 일기로 헬기지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생명을 잃을 수 있는 급박한 상태였다. 무조건 뛰었다.
일반 사람이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을 30분 만에 도착해 환자상태를 살피니 의식은 있었다. 쇼크로 인한 저체온증에 대비해 땀에 젖은 옷을 벗기고 구조대가 준비해 간 긴팔 옷을 입히고 들것을 이용하여 암릉지대를 내려오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공간도 확보되지 않은 곳을 어렵게 스탠스를 딛고 들것의 균형을 유지하고 한 걸음 한걸음 내려와 약수암 등산로 상에 대기한 고양 소방구조대에게 인계하였다. 헬기 지원을 받지 못한 응급환자인 경우, 위험한 암릉구간은 경찰구조대가 안전하게 후송하고 중간 등산로 지점에서 소방구조대를 대기시켜 연계하면 신속하게 후송시킬 수 있다.
중심을 제대로 잡을 수 없는 암릉 구간에서의 들것 작업은 생각 외로 힘이 든다. 이런 사고를 처리한 후에는 온몸이 시큰거리지만 마음만은 어느 때보다 뿌듯하다. 종종 대원들에게 말한다. “너희들은 평생 좋은 일 여기서 다하기 때문에 세상 풍파가 와도 비켜 갈 것”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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