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행하는 ‘간헐적 단식’과 ‘시간제한 다이어트’ 등이 당뇨병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지만 실제로 당뇨병 환자에게는 독이 된다는 경고가 학계에서 나왔다.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병 환자의 간헐적 단식, 시간제한 다이어트는 저혈당에 빠지거나 혈당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밝혔다.
학회는 최근 ‘당뇨병 환자의 간헐적 단식 시 주의사항’이라는 제목의 자료에서 “일반적으로 당뇨병 환자에게 간헐적 단식을 권장하기는 어렵다”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전문의와 상담 후 식단 조절 등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저혈당은 혈당 농도가 매우 낮은 상태(70~50㎎/dL 이하)로 공복감 떨림 오한 식은땀 등 다양한 증상이 생긴다. 식사를 하지 않거나 늦게 하면 허기가 지고 손이 떨리고 기운이 없어지며 식은땀이 난다. 심하면 실신 쇼크 등이 생기는데 제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거나,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내 사망하기도 한다.
간헐적 단식은 원래 특정일에 거의 먹지 않다가 정상적인 식사를 하는 다이어트 방식이다. 최근 시간제한 다이어트라고 해서 하루 중 일정 시간, 예컨대 낮 12시~오후 8시에는 자유롭게 식사하되 나머지 시간은 금식하는 식으로 많이 한다. 허용된 시간에는 먹고 싶은 것을 모두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다이어트 방법을 당뇨병 환자에게 적용하면 저혈당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고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 꼴(502만명, 남 268만명, 여 233만여명)로 당뇨병 환자로 추정된다. 하지만 37%의 환자가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있고, 환자 가운데에서도 혈당 조절이 제대로 하는 사람은 4분의 1에 그쳤다.
당뇨병 환자 가운데 운전하다가 갑자기 저혈당으로 정신을 잃어 교통사고를 내거나 수면 중 의식을 잃어 뇌 손상으로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저혈당으로 의식을 잃는 ‘저혈당 쇼크’는 1%가량 된다.
저혈당이 생겼을 때 당분을 적절히 보충하면 10~20분 내에 대부분 나아진다. 저혈당은 과용량 인슐린 주사를 맞았거나, 혈당강하제(당뇨병약)를 과다 복용하거나, 과한 운동을 했을 때에도 생길 수 있다.
김병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저혈당 위험·빈도를 낮추려면 저혈당 위험이 적은 당뇨병 치료제를 선호하지만 혈당을 적극적으로 조절할수록 저혈당이 더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높이는 음식을 자제하고 식사량을 조절해야 하는데 ‘식단 제한 없이 먹고 싶은 것을 모두 먹을 수 있다’는 간헐적 단식의 일반론을 확대 해석한 결과다.
간헐적 단식을 해도 당뇨병 환자 맞춤형 단식을 해야 한다. 설탕·소금·포화지방이 많이 들어간 햄 소시지 햄버거 피자 과자 초콜릿 빵 아이스크림 케이크 탄산음료 휘핑크림 믹스커피 라면 짜장면 짬뽕 우동 등 면류(특히 국물) 국 찌개 탕류 등과 간식을 줄여야 한다.
학회는 “혈당 조절을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에 영양소를 골고루, 그리고 정해진 양의 식품을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며 “간헐적 단식은 일반적으로 당뇨병 환자에게 권장하기 어렵다”고 했다.
학회는 이 대신 “하루 세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면서 저녁 늦은 시간대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게 당뇨병 환자에게 좋은 다이어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공복혈당장애라면 오후7시 전에 저녁식사를 하고 이후엔 음식을 되도록 먹지 말아야 한다”며 “식후혈당장애라면 전체적인 식사량과 단순 당 섭취를 줄이고 식후에 달달한 커피 과자 디저트를 삼가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