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69년부터 종가세로 정착된 주류 과세체계를 반세기 만에 종량제로 개편하면서 소주만 현행을 유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종가세는 가격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데 위스키와 고급 와인처럼 고가 주류일수록 세금도 많은 구조다. 종량세는 도수, 양에 비례해 세금을 더 부담하는 제도다. 대체 왜 소주만 빼려는 걸까. 종량세 전환 시 소주세 증가→가격 인상 부담정부가 소주에 예민한 이유는 일단 가격 때문이다. 값이 싼 서민의 술이라 제조사 입장에선 종가세가 종량세보다 유리하다. 소주는 도수가 상대적으로 높아 주세 최고세율(72%) 대상이지만 값이 싸 현행 세금 부담은 크지 않다. 하지만 도수가 높은 소주에 종량세를 적용하면 세금이 크게 늘 수 있다. 소주 업계는 종량세에 극히 반대하는 이유다. 소주 과세체계를 바꾸려면 상위 개념인 증류주를 통째로 개편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증류주에는 소주뿐만 아니라 위스키도 포함돼있다. 종가세 체계에서 위스키는 세금 규모가 크다. 고가 제품이 많다. 종량세로 바뀌면 소주와 반대로 위스키 세금은 떨어진다. 종량세가 자칫 서민의 술 가격은 올리고 고급 양주는 낮출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증류주에서 소주만 따로 떼어 과세체계를 만들기도 쉽지 않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기 때문이다. 소주 세금 인상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민증세 논란을 낳을 수 있는 점도 정부로선 부담이다. 이런 이유로 '소주·맥주 가격 인상 없는 주세 개편'을 목표로 한 기재부 계획은 반쪽짜리에 그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