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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3,934,047,740’
신사임당의 초상화가 그쳐진 5만원권이 오는 23일이면 열살 생일을 맞는다. 지난 10년의 세월 동안 발행량만 장수로 따지면 대략 40억장이다. 이를 차곡히 쌓으면 에베레스트산의 50배 높이가 되고, 가지런히 세로로 이어 붙일 경우 지구를 열다섯 바퀴 돌고도 남는 길이가 나온다.
지난 2009년 지하경제 양성 등 여러 논란을 뚫고 혜성처럼 등장한 5만원권은 단숨에 우리나라 화폐 시장을 평정하면서 10년 만에 대세 은행권으로 자리매김했다. 거래의 용이성 등으로 언제 5만원권이 없던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사용이 보편화됐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만원권이 최초 발행된 2009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누적 발행액은 196조7023억원이다. 지난 10년간 매달 평균 1조6392억원, 장수론 약 3200만장씩의 세상의 빛을 봐 온 셈이다.
5월 현재 환수액(한은으로 회수된 액수)을 제하고 시중에 유통 중인 5만원권은 98조3226억원에 이른다. 은행권뿐 아니라 주화를 포함한 모든 화폐량의 82.8%에 해당하는 액수다. 쉽게 말해 시중에 1000만원의 돈이 풀려 있다면 이중 830만원 정도가 5만원권으로 유통되고 있단 얘기다. 1만원권, 5000원권, 1000원권 등을 포함한 총 지폐 유통액 중에선 84.6%를 차지하고 있다. 장수론 전체 지폐의 36.9%로 시중 지폐 10장 중 4장 정도가 5만원권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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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지난해 실시한 ‘2018년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는 예비용 현금 중 약 80%를 5만원권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의 90%가량이 5만원권을 사용하고 있으며, 월평균 4.6회 빈도율을 보였다. 가계의 5만원권 사용금액은 월평균 32만6000원이며, 상품 및 서비스 구입 등 일반 소비지출(43.9%)보다 경조금, 종교기부금, 친목회비 등 개인간 거래(50.7%)에 더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국민이 경조금을 낼 경우 82.4%가 5만원권을 사용한다고 응답했고, 부모님 용돈 등 사적이전지출시에도 51.7%가 5만원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조사비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가져왔다는 지적이 나왔고, 상대적으로 1만원권 사용량이 급감하고 자기앞수표는 아예 종적을 감추는 등 5만원권이 생활에 불러온 변화는 생각보다 엄청나다.
그러나 최근에도 한 고액 탈세자가 다량의 5만원권을 집 싱크대에 은닉한 사실히 밝혀지는 등 ‘지하경제의 주범’이란 꼬리표는 완전히 떼지 못한 상황이다. 발행 원년에만 해도 10%도 채 되지 않던 환수율은 작년부터 연 60%대로 올라섰지만, 총 누적 환수율은 아직 50%밖에 되지 않는다. 약 100조원 정도의 5만원권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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