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처방전에 “식사 전, 공복에 먹는 약”이라고 되어있다면, 식사 여부가 약의 효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이므로 이를 꼭 지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본인이 먹는 약이 공복에 먹어야 하는 약인지 미리 확인하고, 그에 따를 것을 권합니다.
식사 전에 복용하는 대표적인 약제 중 하나가 역류성 식도염에 처방하는 ‘프로톤펌프 저해제(PPI)’입니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이 과다 분비되면서 식도로 역류하여 속 쓰림, 상 복부 통증 등의 위장관 장애를 일으키는 증상입니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위장의 ‘양성자 펌프’가 활성화되어 위산 분비가 이루어지는데, PPI는 양성자 펌프를 활성화하는 효소를 차단하여 위산 분비를 억제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하루 한 번 복용하는데, 아침 식사 30분 전에 복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공복 상태가 길었던 아침까지 잠들어 있던 양성자 펌프가 아침 식사와 함께 깨어나 왕성하게 위산을 만들어내므로, 그 전에 약을 먹으면 위산 분비 억제 효과가 큽니다. 따라서 아침을 거르는 습관을 지녔다면 약을 먹어도 큰 효과가 없으므로, 점심 혹은 저녁 식사 전에 약을 먹어야 합니다. 식사 후에는 분비된 위산에 의해 약이 활성을 잃을 수 있어 식후복용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