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정두언(62) 전 의원의 생전 마지막 방송을 함께 했던 정태근 전 의원이 사고 현장을 찾아 충격에 휩싸인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18대 국회를 함께 한 두 사람은 평소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태근 전 의원은 16일 오후 정 전 의원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인근 북한산과 시신이 안치된 신촌 세브란스 병원을 차례로 방문했다. 불과 몇 시간 전 고인과 SBS 라디오 ‘이재익의 정치쇼’에 함께 출연했던 그는 참담한 표정이었다. 그는 병원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정 전 의원이) 오늘 같이 밥 먹자고 했는데 내가 어머니께 간장게장 사줘야 해서 안 된다고 했다. 연락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 대화였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사고 현장에 온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이같은 비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의원은 “정 전 의원이 우울증을 앓았지만 치료를 통해 최근 상태가 호전됐다”면서 “몇 주 전 정태근 전 의원과 셋이 만났는데 (정 전 의원이) 내색하지 않아서 그때만 해도 전혀 낌새를 채지 못했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낙마한 뒤 최근까지 다양한 방송에 출연했다. 각종 시사프로그램에서 패널로 활약했고, 고정 출연하는 TV 프로그램도 2개나 있었다. 지난해 12월에는 마포에 일식당을 냈다. 4선 실패의 여파로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믿기 힘들 만큼 왕성한 활동이었다. 사고 전날 정 전 의원과 MBC라디오 ‘이승원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했던 정청래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비보를 접하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어제 방송할 때도 전혀 몰랐다”며 애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SNS 글을 통해 심경을 전했다. 박 의원은 “정두언 의원 비보에 망연자실. 내일(17일)도 저와 방송이 예정되었건만 말문이 막힌다”고 했고, 하 의원도 “이번 주 금요일에 함께 녹화하기로 했는데…”라며 “최근 정두언 선배의 건강이 크게 회복돼서 뵐 때마다 제 마음도 밝아졌는데 도저히 믿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16일 오후 4시25분쯤 북한산 자락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 전 의원 부인이 자택에 남겨진 유서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유서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오후 2시30분쯤 북한산 입구에 도착, 타고 온 차량에서 내려 산을 올랐다.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은 점과 유족의 뜻을 존중해 부검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정 전 의원의 빈소는 17일 오전 9시부터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9일 오전 9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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