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간신히 연 2%대 이자를 주는 예·적금 상품마저 씨가 마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나치게 내리면 고객을 잃는 데다 내년부터 정부의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폭과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 대출 금리도 내려가겠지만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따져봐야 하는 만큼 ‘갈아타기’에 신중해야 한다. 시중은행들은 지난 1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낮춤에 따라 예·적금 금리 하향 조정 작업에 나선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인하폭은 0.1~0.3% 포인트 정도로 예상된다. 이 경우 주요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연 1.5~1.6% 수준으로 떨어진다. 세금을 떼고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이자는 연 1.2~1.3%에 그친다. 1000만원을 1년간 은행에 맡겼을 때 받는 이자가 12만~13만원이라는 뜻이다. 현재 제1금융권에서 1년 만기에 2%대 이자를 쳐주는 정기예금은 전체 100여종 상품 중 10종 정도다. 광주은행의 ‘쏠쏠한마이쿨예금’이 연 2.30% 이자를 주지만 세금을 떼면 1.95%로 내려간다. 적금의 경우 연 2%대 기본금리 상품은 전체의 30% 정도다. 군 장병이나 청년 등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제외하면 케이뱅크의 코드K 자유적금이 연 2.80%로 가장 높다. 은행들은 이미 주요 예금상품의 이자를 줄여왔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17일 정기예금 상품 3종의 금리를 최대 0.25% 포인트 깎았다. 은행 정기예금 상품 중 이자가 가장 후한 편이었던 ‘N플러스 정기예금’ ‘e-플러스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기본금리는 각각 연 1.80%, 1.75%로 내려갔다. 세후 이자율은 1.5% 안팎이다. 금리 인하로 대체 투자처를 찾는 자금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부동자금’ 규모는 지난 5월 말 기준 965조원이다. 주목 받는 투자 대상은 채권이다. 통상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수익률은 높아진다. 펀드 투자도 주식형보다 채권형 선호도가 높은 상황이다. 올 들어 주식형 편드 설정액이 5조원 감소한 반면 채권형 펀드는 18조8000억원 늘었다. 대출 금리 인하는 고객에게 희소식이다. 하지만 따져봐야 할 게 있다. 대출을 받은 지 3년이 안 됐다면 갈아타기 전에 중도상환 수수료를 계산해야 한다. 은행 중도상환 수수료는 1.0∼1.4% 수준이다. 배보다 배꼽이 클 수 있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뭘 선택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대출 보유자도 일단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게 좋아보인다”면서도 “대출 보유 3년 이내 고객은 중도상환수수료나 재대출 실행비용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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