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권리와 행동에 대한 제약을 잇달아 폐지해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에는 해외여행 제한 등을 해제했다고 BBC 방송 등 외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날 관보에 게재된 국왕 칙령을 통해 21세 이상 성인 여성에게 남성 보호자의 동의 없이도 여권 신청과 여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이제 사우디 여성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할 수 있게 됐다. | 사우디 여성 운전 허용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사우디는 또 여성들의 독자적인 자녀 출생 및 사망 신고와 결혼, 이혼 신고도 허용했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의 미성년 자녀 보호자 등록도 가능케 했다. 이는 그동안 남성에게만 주어졌던 권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조치가 사우디 여성들에게 붙어 있던 '2등 시민' 꼬리표를 떼어낸 것이며, 여성과 남성이 동등해지는 계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사우디에서는 여성이 남성 가족의 통제와 억압에 고통받고, 이를 피해 해외로 도피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했다.
지난 3월엔 가족의 학대를 피해 달아난 사우디 출신 자매가 공개되지 않은 제3국으로부터 망명 허가를 받은 것으로 외신에 보도됐고, 1월에도 18세 소녀 라하프 무함마드 알-쿠눈이 태국에서 가족의 눈을 피해 망명을 요청해 캐나다로 갔다.
| 캐나다로 망명에 성공한 사우디 여성[가운데] [연합뉴스 자료사진] |
더욱이 사우디는 지난해 유명한 여성 운동가를 다수 체포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다만, 사우디는 지난해 1월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을 허용한 데 이어 같은 해 6월에는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등 여성의 권리를 억압해온 장치들을 제한적이나마 해제해왔다.
이런 일련의 조처들은 지난 2017년 차기 왕위 승계자로 지명된 뒤 현대적인 개혁가라는 이미지를 심으려 노력해온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작품이다.
그러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 등은 사우디가 자국의 인권 문제에 대한 외부의 비판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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