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관악구 한 쇼핑몰에 있는 유니클로 매장. 지하 2층을 통째로 쓰고 있는 이 매장을 찾은 손님은 1시간 동안 단 3명뿐이었다. © Copyright@국민일보
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유니클로 매장의 모습. 유니클로는 '한국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요지의 일본 본사 임원 발언에 대해 지난달 22일 사과했다.
그마저도 주변 시선을 의식한 듯 오래 머물지 않고 발걸음을 돌렸다. 평소 같았으면 불티나게 팔렸을 여름 속옷 ‘에어리즘’이 3000원 할인된 9900원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집어가는 사람은 없었다. 이곳은 전날 3만9900원짜리 티셔츠를 9900원에 팔았는데도 손님이 없어 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매장 직원들은 ‘불매운동’이라는 말을 떼자마자 신원부터 확인한 뒤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매장 한켠에서는 매니저와 쇼핑몰 관계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 여의도 업무지구에 있는 다른 유니클로 매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점심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입구를 지나치며 내부를 힐끗 쳐다보기는 했지만 들어가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외근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던 직장인 강모(31)씨는 “팀끼리 발열조끼나 티셔츠를 단체로 맞춰 입을 때 유니클로를 이용했지만 올해 워크숍 때는 국산 브랜드 티셔츠를 구매했다”면서 “한 층만 내려가면 다른 브랜드가 있는데 굳이 유니클로를 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 Copyright@국민일보
국내 소비자들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유니클로 종로3가점이 임대현수막을 걸고 영업을 안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주부 김모(36)씨도 “늘 줄 서서 계산하던 곳인데 한 달 새 이렇게 변했다는 게 놀랍다”며 “불매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편은 아닌데 유니클로 매장은 눈치가 보여 못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상징처럼 돼버린 유니클로에 대한 반감은 이렇듯 한 달 넘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불매운동의 영향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 유니클로 임원의 실언이 불을 댕겼고, 이제는 유니클로 구매자를 감시하는 ‘유파라치’가 등장했을 정도다. 이들은 유니클로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어 소셜미디어 등에 공유하고 있다. 이런 글에는 ‘매국노’라는 댓글이 심심찮게 달린다. 최근에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종로3가점이 임대 현수막을 내걸고 문을 닫았다. 이런 시선을 의식한 일부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눈을 돌려 유니클로몰의 매출이 급증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유니클로몰의 할인율이 오프라인 매장보다 더 크다거나 눈치 보지 않고 쇼핑할 수 있다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온라인 유니클로의 매출이나 주문량은 영업기밀을 추론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으므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불매 운동과 관련해선 직원들에게 별도 지침을 내려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만 해도 유명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올라온 ‘유니클로 구매 후기’ 글은 100개가 훌쩍 넘었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10여개로 확 줄었다. 그마저도 ‘사회 분위기를 생각하면 부담스럽지만 선택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뿐’이라며 조심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전 국민적 유니클로 보이콧 움직임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대학생 유모(22)씨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무조건 비난하고 매도하는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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