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그늘 하나 없는 아스팔트 위를 걸어본 사람은 안다. 햇볕 탓에 피부는 따갑고 열기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힌다.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보건당국은 여러 안전수칙을 알려준다. “가급적 그늘을 찾아가고 양산을 쓰거나 흰옷을 입어라.”
이렇게 하면 더위를 피할 수 있을까. 본보 기자가 직접 열화상카메라(FOTRIC228)를 들고 아스팔트 위로 나갔다. 열화상카메라는 피사체에서 나오는 적외선의 양을 측정해 색깔로 표현한다. 표면온도가 높을수록 붉은색을, 낮을수록 푸른색을 띤다. 특정한 신체 부위의 표면온도도 수치로 보여준다.
가장 먼저 요즘 횡단보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그늘막 아래로 들어갔다. 횡단보도 그늘막은 길게는 3, 4분 동안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설치하는 ‘핫 아이템’이다. 현재 전국에 5662개가 설치돼 있다.
6일 오후 2시 하루 중 가장 기온이 높은 시간대에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 있는 그늘막 아래에 10분간 서 있었다.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해 햇볕이 내리쬘 때 가장 뜨거운 머리 윗부분의 온도를 측정했다. 참가자 엄보세 씨(40)의 머리 표면 온도는 실험 시작 1분 후 41.9도, 5분 후 42.7도, 10분 후 43.2도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온도가 올랐지만 10분 동안 40도대 초반을 유지했다. 엄 씨는 “그늘막이 햇볕을 막아줘 바람이 불었을 때는 오히려 시원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그늘막 밖으로 자리를 옮겼다. 불과 1분 만에 머리 표면 온도가 48.7도로 올라갔다. 5분 후에는 58.6도, 10분 후에는 63.6도가 됐다. 뜨겁다 못해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바닥도 마찬가지다. 지열 탓에 샌들 속 발가락이 1분 만에 붉어졌다.
그늘막이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양산을 가지고 다니면 된다. 대구시는 올여름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 양산 이용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양산 중에서 안쪽 면이 검은색인 양산을 골라야 한다. 바닥에서 반사되는 복사열을 검은색이 흡수하기 때문이다.
5일 오후 2시경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근처를 찾았다. 뙤약볕 아래 아무것도 쓰지 않고 2분간 서 있자 머리 표면 온도가 56.3도까지 올라갔다. 반면 검은색 양산을 펼치자 잠시 후 온도는 45.5도까지 내려갔다. 소나기에 대비해 들고 다니는 노란색 우산도 들어봤다. 2분 뒤 촬영해보니 49도였다. 광화문광장과 국회 주변에서 근무하는 의경들이 맑은 날에도 검은색 우산을 들고 있는 것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폭염 때 양산을 쓰면 주변 온도는 7도, 체감온도는 10도 정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옷 색깔도 비교했다. 검은색 양산이 복사열을 흡수하니까 옷은 열을 반사하는 흰색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흰옷과 검은 옷을 입고 각각 2분 동안 바깥에 서 있었다. 흰옷을 입었을 때 몸의 표면 온도는 40.6도까지 올라갔지만, 검은 옷은 52.5도까지 올라갔다. 12도가량 차이가 났다.
전문가들은 요즘처럼 폭염특보가 이어질 정도로 더울 때에는 이처럼 간단한 환경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동근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온도를 단기간에 낮출 수는 없지만 단시간 안에 설치할 수 있는 차양막의 존재만으로도 무더위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