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사진〉 선임연구원은 8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파기되면 다음 수순은 미군 철수와 동맹 해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내 반일(反日)이 안보 문제로 번지는 것에 대해 "미국 조야(朝野)에서 우려가 크다"며 "김정은만이 현 상황을 마치 '부상에 신음하는 상대팀을 지켜보는 야구감독'처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베넷 연구원은 한국을 120여 차례 방문한 미국 내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로, 핵·대량살상무기(WMD)를 연구해 온 군사전략 전문가다. 그는 "지소미아가 파기되면 한국에서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하는 주장이 나올 것"이라며 "미군 감축은 트럼프 미 대통령도 받을 수도 있는 카드여서 동맹의 미래에 치명적"이라고 했다. 또 "이렇게 되면 한국의 대북 억지력이 크게 약해져 북한의 재래식 전력도 제대로 방어하기 어렵다"고 했다. 베넷 연구원은 "미군은 일본의 지원(support)이 있어야 한반도에서의 임무를 다할 수 있다"며 "유사시 미국 군인 70만명·선박 160척·비행기 2000여대가 한반도에 증강 배치되는데 일본 내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미군 전략물자의 이동이 차질을 빚는다"고 했다. 이어 "평시에 한·일 양국이 긴밀하게 정보를 교류해야 유사시 무기·장비가 적재적소에 투입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중재를 끌어낼 지렛대로 지소미아를 활용하자는 주장에 대해선 "미국이 개입하면 어느 한 쪽을 편드는 것처럼 보여 한쪽이 소외될 수 있다. 삼각 공조를 와해할 수 있어 적절치 않다"고 했다. 그는 "한·일 양국은 북핵이라는 당면한 가장 큰 위협을 직시하고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이미 30~60기의 핵을 보유하고 있는데 내일이라도 서울에 떨어지면 사상자가 최대 300만명에 이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단 하나의 핵무기도 폐기하지 않은 북한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 움직임에 대해선 "한국 배치는 좋지 않은 선택"이라며 "중국이 경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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