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조업체 ‘한국콜마’의 후폭풍이 거세다. 한국콜마를 제조사로 둔 화장품 업체뿐만 아니라 해당 화장품을 판매 방송하는 TV홈쇼핑까지 불똥이 튀었다. GS홈쇼핑은 아예 이번 주 예정됐던 관련 화장품 방송 일정을 뺐다. ‘막말∙여성비하 유튜브 동영상’을 직원들에게 상영해 논란이 된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회사경영에서 물러났지만 사태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형국이다.
13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한국콜마가 제조한 화장품 판매 방송을 두고 편성을 재조율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GS홈쇼핑은 오는 15일 오전 시간대에 60분 편성된 A업체의 화장품 방송 일정을 미루기로 결정했다. 한국콜마가 제조사여서다. 이날은 광복절인데다 소비자 및 시청자들의 정서를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한 TV홈쇼핑 채널에서 한국콜마가 제조한 A업체의 화장품이 방송되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
GS홈쇼핑 측은 “15일 화장품 판매 방송 하나만 미룬 상태”라며 “다음 주 방송 일정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다른 홈쇼핑사들도 한국콜마 여파로 방송 일정을 재편성 하는 등의 내부적인 조율에 들어갔다. 일부 홈쇼핑사들은 이번 주 한국콜마가 제조한 화장품 방송에 대한 재편성을 심각하게 고려하며 이날 오전까지도 회의를 거듭하는 등 이번 여파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차주 예정된 방송 일정을 ‘불방’할지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J오쇼핑은 “이번 주 방송은 편성대로 나가지만 다음 주는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고 말했다.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도 “이번 주 방송 편성은 그대로 나갈 예정이지만 상황을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홈쇼핑업체들은 한국콜마에 대한 논란이 확산된 이후 촉각을 곤두세우며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칫 후폭풍이 홈쇼핑이나 화장품 업체로 덮쳐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까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와 시청자를 무시한 채 방송 일정을 고집하는 게 큰 위험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입장도 있다. 한 홈쇼핑사 측은 “홈쇼핑채널은 위탁 계약한 업체의 제품을 방송하고 있지만 국민적 정서를 무시할 수 없다”며 “그래서 다음 주 방송을 확정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콜마가 제조한 화장품들은 대부분 중소기업 제품들이어서 피해가 갈까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있다. 또 다른 홈쇼핑사는 “최근 이슈로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것은 해당 중소기업에 막대한 피해 가능성이 있다”며 “자칫 중소기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7일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임직원 700여명이 참석한 월례조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정부 대응을 비난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등 극우성향의 유튜버가 진행하는 ‘막말∙여성비하 유튜브 영상’을 상영해 논란이 됐다. 이후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한국콜마가 제조하는 화장품의 목록이 퍼지며 불매운동이 확산되자, 윤 회장은 11일 “모든 책임을 지고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퇴했다.
한국콜마는 국내 1위 제조자개발생산(ODM) 전문 업체로서 국내 제약사와 화장품업체 등 800여곳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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