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은 약을 한 움큼 먹는다. 고혈압·당뇨병·관절염 등의 노인성 질환을 복합적으로 앓기 때문이다. 이렇게 약을 많이 먹는 사람의 사망률이 25% 높다는 조사가 나왔다. 약을 여러 개 먹는다는 말은 아픈 데가 많다는 뜻이고, 여러 군데 아프니까 사망률이 높다는 게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다만 그런 상식을 이번에 실증적으로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진료 자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5개 이상 약을 동시에 먹는 65세 이상 노인의 사망률을 조사해 20일 공개했다. 2012년 1~12월 약 처방 270일 이상 받았고(270일 이상 약을 먹는다는 의미) 입원한 적이 없는 노인 300만 8000명을 추려 이들이 2013~2017년 얼마나 입원하고, 숨지는지 조사했다. | 여러가지 알약.[중앙포토] |
300여만명 중 5개 이상 약물 처방받은 사람이 절반(46.6%)가량이었다. 이들은 4개 이하 약물을 복용하는 집단보다 사망 위험이 25% 높았다. 입원 위험은 18% 높았다.
약을 1~2개 먹는 집단보다 3~4개 집단의 사망 위험이 8% 높았다. 5~6개는 20%, 7~8개는 31%, 9~10개는 41%, 11개 이상은 54% 높았다. 입원 위험도 5~6개는 13%, 7~8개는 22%, 9~10개는 31%, 11개 이상은 45% 높았다.
| 약 많이 먹는 노인, 사망 위험도 높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노인이 피해야 할 약물이나 특정 질환에 피해야 할 약물이 있는 부적절 처방을 환자도 적지 않았다. 부적절 처방 환자는 87만9802명으로 300여만명의 29.3%에 달했다. 이들 중 4개 이하 약물 처방 집단은 22만1558명, 5개 이상은 65만8244명이었다. 약 가짓수가 많아지면 부적절 처방도 증가하는 것이다.
5개 이상 약물 복용군은 고혈압 환자가 12만7586명으로 가장 많았다. 고혈압 환자의 51.4%가 5개 이상 약을 복용하고 있다. 당뇨,급성심근경색, 심부전, 뇌경색, 반신마비, 치매 등의 환자가 뒤를 이었다. 급성심근경색 환자 중 5개 이상 약물 복용군의 비율이 80.1%로 가장 높았다.
약물 개수에 관계없이 부적절 처방이 들어있는 환자의 사망 위험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19% 높았다. 입원 위험은 17%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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