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폭행'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운전 시비로 상대운전자를 폭행하거나 차량을 파손하는 등 폭력을 행사한 사고가 최근 2년 동안만 1000여건이 넘었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7~2018년 전국에서 보복운전으로 인해 형사입건된 사건 8835건 중 운전자의 신체나 차량에 직접적 위협을 가하는 '폭행이나 협박'을 한 경우가 1050건에 달했다. 보복운전 범죄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4432건, 4403건이 발생해 해마다 4000건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유형별로는 2039건(23.1%)이 발생한 '고의 급제동'과 1095건(12.4%)이 일어난 '서행 등 진로방해' 행위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보복범죄로 조사됐지만 직접적인 폭행과 협박 비중도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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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발생한 보복운전 범죄 8835건 중 기소된 경우는 절반 정도인 4325건(49%)이었다. 기소된 사건 중 15건을 제외한 대부분(4310건)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2017년부터 특정인을 자동차로 위협하거나 진로방해, 고의 급제동, 폭행, 협박 등을 한 경우를 실무상 보복범죄로 분류해 통계로 관리해오고 있다.
도로 위 폭행 사건은 잇달아 일어나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없다. 지난달 초 발생한 제주도 카니발 사건이 사회적으로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에도 대전시 용전동의 한 왕복 8차선 도로에서 40대 A씨가 자신의 승용차와 추돌한 60대 승합차 운전자 B씨의 멱살을 잡고 일방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접촉 사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A씨가 자신을 때렸다는 피해자 B씨의 진술을 확보하고, A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이 같은 도로 위 폭행은 가해ㆍ피해 운전자 뿐 아니라 동승 가족까지 위협한다. 제주 카니발 폭행 당시 피해 차량에는 아내와 5세와 8세 두 어린 자녀가 타고 있었다. 아이들은 아빠를 때리는 운전자를 지켜봐야했다. 현재 아내는 정신과 치료를, 아이들은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
운전자에 대한 폭력 행위는 '3년 이상 징역'(운전자 폭행ㆍ상해 혐의)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간 보복운전ㆍ폭행 등에 대한 형사처벌이 미온적이었던 만큼 엄벌에 처해야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주도 카니발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글에 모두 14만5900여명이 동의했다. 이 글이 게시된 지 불과 닷새 만이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수사 기관의 미온적 대응과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비슷한 유형의 범죄를 양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교통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돼야한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다. 박정관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수는 "운전 시 양보를 하면 손해를 본다는 심리와 사회적 스트레스 등 복합적 요인이 운전 중에 그대로 반영돼 이 같은 행위로 이어진다"며 "난폭ㆍ보복 운전 행위는 운전자들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2차 사고로 이어지는 등 목숨까지 잃게 할 정도의 범죄 행위임을 명심하고 이에 따른 사법처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