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전자상거래(e-commerce) 쿠팡을 두고 유통업계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쿠팡이 국내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로 떠오르면서다. 하지만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사업자는 물론 위메프 등 동종 사업자와도 갈등도 지속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일 발표한 ‘오픈마켓(open market·판매자·구매자 모두 제품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 사업자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6개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업체는 쿠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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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배송 앞세워 소비자 사로잡았지만
| 온라인 쇼핑몰 소비자 만족도 조사.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적절한 위협요인이 필요하다는 경영이론(메기론)에서, 메기는 같은 논에서 자라는 미꾸라지를 긴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번 조사 결과는 쿠팡의 본격적으로 유통업계의 메기로 떠올랐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쿠팡은 기존 유통업계가 꺼리던 각종 신규 서비스를 과감하게 도입하며 메기 역할을 했다. 로켓배송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로켓배송은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주문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다른 업체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로켓배송을 쿠팡은 무려 5년 전부터 시작했다.
이번 평가에서 쿠팡이 배송 정확성·신속성 분야(3.85점)나 서비스품질(3.71점) 측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것도 로켓배송 덕분이다. 쿠팡은 “매일 밤 10시~12시 사이에 최소 50만건 이상의 주문이 밀려드는데, 다양한 상품이 한꺼번에 몰릴 때 큰 무리 없이 불과 수 시간 만에 해당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 온라인 쇼핑몰 소비자 만족도 조사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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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와 사사건건 갈등
|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은 "쿠팡의 짝퉁 판매로 제값 주고 수입한 기업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소비자에게는 쿠팡이 좋은 평가를 받지만, 동종 업계에서는 ‘미꾸라지’로 불린다. 소매·유통업계의 물을 흐린다는 의미다. 실제로 LG생활건강·위메프·배달의민족 등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쿠팡을 신고했다. 제품·방법은 다소 다르지만, 쿠팡이 시장 점유율을 앞세워 납품 업체를 압박하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한국시계협동조합도 쿠팡이 짝퉁 명품시계 판매를 방조한다고 성토한 적이 있다. 배달용으로 허가받지 않은 차량을 이용해 배송에 나선다는 이유로 한국통합물류협회와 장기간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소송은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상고를 취하하면서 종료했다.
소송까진 아니더라도 유통업계는 쿠팡을 탐탁잖게 바라본다. 최근 이마트가 사상 최초로 2분기 영업손실(-299억원)을 기록했고, 롯데마트 적자폭(-339억원)도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는 이와 같은 실적 부진의 배경 중 하나로 서슴없이 쿠팡을 꼽는다. 한 대형마트업계 관계자는 “쿠팡 매출이 늘어날 때마다 쿠팡도 적자가 커지지만 우리도 덩달아 손실이 커진다”며 “쿠팡이 빨리 망하라고 우리도 역마진 상품은 항상 쿠팡으로 주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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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독점 vs 대규모 파산 갈림길
|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쿠팡 영업손실. [중앙포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쿠팡을 두고 볼멘소리가 나오는 건 쿠팡이 자본을 등에 업고 시장을 교란한다는 생각에서다. 제품은 판매할 때 원가에 일정 부분 이윤을 붙여 판매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쿠팡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일부 제품을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쿠팡의 영업적자는 3조원 안팎에 달한다.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유치한 30억달러(3조6300억원)로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쿠팡은 “계획된 적자”라고 주장한다.
자본력을 앞세운 쿠팡을 두고 엇갈린 시선만큼 전문가의 전망도 갈린다. 민정웅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는 “쿠팡이 벤치마킹한 ‘아마존 모델’은 어느 정도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적자는 계속되겠지만 자본금이 또 바닥다면 다시 추가 투자를 유치할 확률이 높다”고 예상한다. 매년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모바일 서비스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쿠팡의 월간 거래규모는 국내 온라인 쇼핑 시정의 1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쿠팡 송파캠프에서 쿠팡 플렉스 지원자들이 배송할 물량을 자신의 차에 실고 있다. [사진 쿠팡]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쿠팡이 대형 유통사를 따라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했다면, 이제는 반대로 유통업계가 ‘쿠팡 따라잡기’에 나섰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새벽배송(로켓프레시)·음식배달(쿠팡이츠)·택배(쿠팡플렉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정중동하던 유통업계도 뒤늦게 새벽배송 전쟁에 동참했다. 롯데홈쇼핑은 온라인 쇼핑몰(롯데아이몰)에 새벽배송 전문관(새롯배송)을 개설했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쇼핑몰(SSG닷컴)도 서울 10개 구에서 새벽배송을 하고 있다. GS리테일(GS25·GS슈퍼마켓)과 현대백화점(온라인식품몰)도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 SSG닷컴도 서울 10개구에서 새벽배송을 실시했다. [사진 신세계그룹]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민 교수는 “투자자 입장에서, 신규 사업을 선도하고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건 추가 투자 여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경쟁사가 주춤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획된 적자’ 전략이 통할 확률이 절반은 넘는다”고 분석했다.
반면 오프라인 업체의 반격으로 인해 ‘쿠팡 효과’가 조만간 잠잠해질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만간 이마트·롯데쇼핑이 온라인 시장과 오프라인 시장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면서 반격할 것”이라며 “쿠팡과 달리 자본력을 갖추고 주요 유통망·상권을 직접 장악하고 있는 오프라인 업체가 본격적으로 반격을 시작하면 쿠팡이 지금처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대형마트가 모기업을 중심으로 형성하고 있는 대형몰도 이런 예상의 근거다. 이마트·롯데마트를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은 각각 스타필드·롯데몰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몰링(malling·복합 쇼핑몰에서 쇼핑과 여가를 한꺼번에 즐기는 소비 형태)을 확산하고 있다.
| 영업을 시작한 롯데몰 수지. [사진 롯데자산개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곳에서 대형마트가 포진하고 동시에 옴니채널(omni-channel·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서비스)을 키운다면 이른바 ‘쿠팡 열풍’도 잠잠해진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은 연초 온라인 통합법인(SSG닷컴)을 출범했다. 롯데쇼핑(엘롯데)도 7개 계열사(백화점·마트·슈퍼·홈쇼핑·하이마트·롭스·닷컴) 통합 로그인 서비스에 돌입했다. 롯데그룹은 3조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계열사별 온라인몰 통합 작업을 추진 중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자상거래 시장은 국경이 없기 때문에, 쿠팡의 실험은 한국 소매·유통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라며 “불공정경쟁은 엄격하게 제한·규제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경쟁을 유도한다면 한국 소매시장이 선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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