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 무료로 제공하던 포장용 종이상자가 2~3개월 뒤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정부는 포장 도중 테이프나 끈 등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정책이라는 입장인데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2일 오전 10시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가 문을 열자 고객들이 하나, 둘 쇼핑카트를 끌고 매장으로 들어섰다.
쌀과 반찬 등 장을 한가득 보고 나오더니 고객들은 이내 1층 무료 종이상자가 있는 자율포장대 앞에 멈췄다. | 2일 경남 창원 성산구 한 대형마트. (사진=이형탁 기자/자료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50대 부부 중 남편은 익숙한 듯 포장대에 놓인 테이프나 끈을 사용해 종이상자를 단단히 만들고 아내는 장본 물건들을 옮겼다.
이 풍경은 이제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 보기 어렵다.
정부가 지난달 29일 환경보호를 위해 종이상자를 없애기로 농협하나로유통·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4곳과 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그동안 대형마트 자율포장대 운영으로 포장용 테이프나 끈 등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3개사 기준으로 연간 658톤, 상암구장(9126㎡) 약 857개 분량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하는 등 2차 환경오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는 이번 협약이 종이상자를 쓰지 않는 제주도 지역의 대형마트 성공사례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불필요한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장바구니 사용의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 (사진=이형탁 기자/자료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러나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정부 정책 반대자들은 소비자들에게 불편함만 가중시킨다고 비판했다.
창원에 사는 이모(76·남)씨는 "일주일에 1번씩 마트에 오는데, 생각만 해도 아주 불편하다"며 "갖고 온 종이상자는 뜯어서 집에서 분리수거 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회사 비품을 구매하러 온 직장인 김모(29·여)씨는 "불편할 것 같다"며 "상자는 크니까 큰 물건을 많이 담을 수 있지만 장바구니는 좀만 담으면 꽉 차버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찬성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직장인 안모(27·여)씨는 "사소한 습관이라고 보는데, 빨대 같은 것도 프렌차이즈점에서 종이빨대로 바꾸거나 편의점도 봉투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제도나 환경이 개선되면 당장은 불편해도 따라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장을 보러 온 정모(53·남)씨는 "대형마트라서 보통 대량 구매하는데 (종이상자)없어지면 불편한 점이 생길 것 같다"면서도 "환경 위해서라면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4월 대형마트가 1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니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이제는 익숙하게 장바구니를 들고 다닌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김모(40·여)씨는 "차 안에 몇 개 장바구니를 넣고 다니니까 불편한 거는 크게 없다"고 했다.
환경부와 대형마트들은 2~3개월 홍보기간을 거친 뒤 종이상자를 없앨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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