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앓고 있는 88살 노모와 중증 지체장애를 가진 형(53)을 간병하다 살해하고 자취를 감춰 유력한 용의자로 꼽혔던 50대 남성이 사건 발생 이틀 만에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3일 “이날 오전 10시께 강동구 광나루 한강공원 인근 수중에서 살해된 구아무개씨의 작은아들 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심씨는 지난 1일 새벽 4시께 강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병환을 앓고 있는 어머니 구씨와 트럭 사고로 하반신을 다쳐 중증 지체장애를 가진 형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시시티브이(CCTV)를 통해 동선을 추적해 소재를 파악했는데, 심씨의 사망에 범죄 혐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심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그 밖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새벽 4시께 심씨의 어머니 구씨와 형이 집 안에서 참혹하게 숨진 채 발견됐다. 구씨는 작은 방에서, 형은 안방에서 누워 있는 상태로 발견됐고, 구씨 옆에서 혈흔이 묻어 있는 아령이 발견됐다. 경찰은 아파트 입구에 달린 시시티브이 등을 분석해 사건 발생 전날까지 두 사람과 함께 산 심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해왔다. (▶관련 기사 : 88살 노모와 장애인 아들 살해…경찰 “간병하던 작은아들 용의자로 보고 추적중”)
주민센터의 설명을 들어보면, 구씨와 심씨의 형은 2000년 9월29일부터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되어 19년 동안 생계와 의료, 주거급여를 받았다. 구씨는 여기에 더해 장기요양보호 서비스를 받았고, 형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아왔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모자가) 제공 가능한 급여는 다 받았다. 생계가 많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용 노동을 하던 심씨가 부양의무자가 되어 노모와 형의 생계를 도왔다. 하지만 최근 형의 상태가 악화하면서 요양보호사나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저녁과 새벽 시간대가 문제가 됐다. 결국 올해부터 심씨가 일을 그만두고 노모와 형을 돌봐왔다.
아파트 주민들과 주변인들은 최근 심씨가 간병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까지 구씨의 방문요양보호사로 일했던 ㄴ씨는 <한겨레>와 만나 “작은아들이 (저녁에) 엄마도 보랴, 형도 보랴 스트레스가 많았다. 자주 대화를 나눴는데, 형 때문에 일도 못 다닌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심씨가 유서를 남겼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사망 원인과 정확한 사건 경위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