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의 총수들이 1%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털끝' 지분으로 전체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수년간 추이를 보면, 총수일가가 직접 보유한 지분은 점차 낮아졌지만 대신 계열사를 통한 지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전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특히 금융보험사·공익법인·해외계열사 등을 활용한 우회적 계열출자 사례는 더 늘어난 것으로도 분석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5일 발표한 '2019년 대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그룹 51개의 내부지분율은 57.5%로 전년보다 0.4%포인트 감소했다. 내부지분율이란 총수가 가진 지분과 총수 관련자(친족, 임원, 계열회사, 비영리법인)가 보유한 지분의 총합이다. 내부지분율은 그룹 지배력을 보여준다. 이 중에서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3.9%에 불과했다. 총수는 1.9%, 총수 2세는 0.8%, 기타 친족은 1.2%를 평균적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총수일가가 4%도 안 되는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 등을 활용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상위 10대 그룹만 놓고보면 총수의 지분은 0.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년간의 흐름을 보면, 총수가 직접 보유한 지분은 2000년 1.1%에서 올해 0.9%까지 유사하거나 소폭 감소했다. 반면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은 이 기간 44.9%에서 54.3%로 상승했다. 여기에 힘입어 총수일가의 전체 내부지분율 역시 44.9%에서 56.9%로 크게 상승했다.
총수 중에서도 지분율이 가장 낮은 곳은 대림으로, 0.004%에 불과했다. SK 역시 총수 지분이 0.03%에 그쳤다. 다음으로는 태영(0.05%), 한진(0.3%), 유진(0.3%)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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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해에 비해 공익법인과 해외계열사, 금융보험사가 출자한 비금융보험사 수가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회출자를 활용한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우려가 나온다는 분석이다.
금융보험사가 출자한 비금융계열사 수는 지난해 32개에서 41개로 증가했고, 공익법인이 출자한 계열사 수는 122개에서 124개로, 해외계열사가 출자한 국내 계열사 수도 44개에서 47개로 일제히 증가세를 보였다.
36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69개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평균지분율은 1.39%로, 5년 전 0.83%에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익법인이 지분을 많이 보유한 계열사 수는 롯데가 11개로 가장 많았고 삼성·포스코·금호아시아나가 8개, 현대중공업이 7개 순이었다.
총수가 있는 51개 기업집단 중에서 28곳이 197개 금융·보험사를 갖고 있었다. 거꾸로 17개 집단 소속 79개 금융·보험사는 계열사 180곳에 출자하고 있었다. 이들이 계열사들에 대해 보유한 지분율은 32%다. 이들의 출자금은 1년 전보다 10.5% 증가했다.
18개 집단 소속 49개 해외계열사가 국내계열사에 출자하고 있었는데, 이 수가 가장 많은 곳은 롯데(15개)였다. 그 다음으로는 네이버(5개), LG(4개) 순이었다.
한편 올해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 수는 1년 전(41개)과 비교해 27개(65.9%)가 감소한 14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과 현대중공업, HDC는 순환출자를 완전히 없앴다.
순환출자가 남은 기업집단은 현대차(4개), 영풍(1개), 태광(2개), SM(7개) 등 네 곳이다. 특히 태광에서 2개의 새로운 고리가 생겨났는데, 태광은 자산 10조원 미만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아 신규 순환출자 금지 규정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는 새롭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진입하는 경우 가장 마지막에 완성된 순환출자 고리로 생긴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김 국장은 향후 전망에 대해 "순환출자가 더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컨센서스가 이뤄진 느낌으로, 아직 남아있는 기업집단들도 오래 끌고 가지 않을 것 같다"며 "순환출자 해소는 소유지배구조를 전반적으로 고려해야 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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