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에 다녀왔다.
심리치료를 전공한 딸은 그동안 꾸준히 제 전문 분야의 책을 써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색다른 책을 출간했다. 아버지의 삶과 예술을 기록한 것이다. 이 삼복더위에 내가 광화문까지 행차한 것도 딸의 책이 서점에서 제대로 홍보되고 있는지 상황을 살피러 간 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셈인지 딱 한 권만 에세이 부스에 꽂혀 있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서적들 사이에 단 한 권이라니.
요즘 사람들은 예전처럼 책을 사서 읽지 않는다. 출판업계는 어려워도 책 출간은 쉬워져서 하루에도 수십 또는 수백 권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 모양이다. 이 판국에 나까지 글 씁네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글공부 모임에 나가고 있다. 혹시라도 출판사에서 전화가 올 거라 기대하는 건 절대 아니다. 양심이 있지, 어찌 저 많은 책더미 위에 내 것을 하나 더 얹으랴.
물론 왕년에는 나도 글 좀 쓰는 줄 알았다. 남편이 연애편지 잘 쓴다고 부추긴 때문이지 딱히 근거는 없다. 나이 칠십에 문예지 등단이라는 것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허우대만 멀쩡할 뿐 알고 보면 말짱 장사꾼 속셈이다. 생돈 들여 문예지 사준 뒤로는 누가 내 글 보고 좋다고 하면 괜한 의심부터 든다.
출처 : 이로운넷(
http://www.erou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