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네오섬의 피그미 코끼리들이 상아 밀렵을 피해 아예 상아가 없이 태어나는 쪽으로 진화하는 것 같다는 추정이 나왔다.
9일 뉴 스츠레이츠 타임스 등에 따르면 보르네오섬 말레이시아령 사바주의 야생동물부서 부국장인 센 나탄 박사는 "밀렵의 압박이 코끼리들의 상아를 잃게 한 것 같다"고 밝혔다. | 보르네오섬 사바주의 상아가 없는 코끼리 [일간 더 스타] |
나탄 박사는 "나는 20년 이상 코끼리를 관찰했고, 선임 동료 중에는 30년 넘게 관찰한 분도 있다"며 "예전에는 2m가 넘는 상아를 가진 코끼리도 흔히 봤지만, 이제는 상아 없는 코끼리를 보는 게 흔한 일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밀렵의 압박이 코끼리들이 상아를 잃어버리도록 진화시켰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나탄 박사는 "이런 변화는 스리랑카에서 더 분명히 볼 수 있다"며 "스리랑카의 수코끼리 90% 이상이 상아가 없다. 이를 보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고 전했다.
| 보르네오섬 사바주의 상아가 있는 코끼리 [뉴 스트레이츠 타임스] |
코끼리의 상아는 본래 식수를 구하기 위해 땅을 파거나, 섬유질 먹이를 확보하기 위해 나무껍질을 벗길 때, 또 수컷끼리 암컷을 놓고 다툴 때 활용된다.
나탄 박사는 "사바에서 코끼리들이 상아가 없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이르지만, 상아가 없는 코끼리들이 훨씬 많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보르네오섬의 피그미 코끼리는 다 컸을 때 키가 2.4m 정도로 작고 덩치에 비해 큰 귀 때문에 '덤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야생 개체 수가 1천500∼2천 마리에 불과한 멸종위기종이다.
앞서 올해 1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지는 아프리카코끼리들이 밀렵 피해로 인해 상아가 없는 종으로 자연 도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상아 없는 코끼리만 밀렵에서 살아남아 짝짓기를 할 수 있게 되고, 그 새끼들이 유전자를 물려받아 상아 없이 태어나는 코끼리가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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