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2019년 7월까지 4년간 성범죄 발생 최다..지하철 3개 노선 지나 유동인구 많고, 에스컬레이터 긴 편
서울 지하철 '고속터미널역'이 올해도 어김없이 성범죄 발생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부터 벌써 4년째다.
15일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속터미널역에서 발생한 성범죄(성추행·불법촬영 등)는 올해 기준(1~7월) 56건으로 서울 시내 지하철역 중 가장 많았다. 이어 노량진역이 24건, 여의도역이 23건으로 뒤를 이었다.
고속터미널역이 성범죄 최다 발생역으로 불린 건 올해 뿐이 아니다. 2016년(131건), 2017년(231건), 지난해(141건)까지 모두 성범죄 발생 1위를 차지했다. 통상 성범죄 발생 상위 5개 역에 신도림, 사당, 홍대입구, 강남, 여의도 역 등이 이름을 올렸으나, 최다 발생은 최근 4년간 고속터미널역이 가장 많았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고속터미널역에선 특히 '성추행'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상반기 기준) 서울경찰청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성추행 범죄가 53건으로 불법촬영(12건) 대비 4배 이상이나 됐다. 2016년엔 전체 성범죄 131건 중 103건(78%)이 성추행 범죄였다.
왜 그럴까. 지하철 노선이 3개(3호선·7호선·9호선)나 지나, 유동인구가 많은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고속터미널역의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은 29만여명(지난해 8월 기준)에 달한다. 서울시내 지하철역 중에서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편. 특히 혼잡도가 높기로 악명 높은 지하철 9호선이 지나고 있다. 서울 동작구 거주 김모씨(37)는 "고속터미널역에서 환승하려 기다릴 때 사람들이 빼곡해 불가피하게 신체 접촉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불법촬영과 관련해선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길이가 긴 점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하철 9호선에서 3·7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한 에스컬레이터 구간(19.2m)이 유독 길다는 것. 이 일대 직장인 이모씨(27)는 "에스컬레이터 밑에서 위까지 올라오는데 거의 3~4분 정도는 걸린다"며 "치마를 입거나 할 땐 유독 더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