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47&aid=0002240551 [유리천장 안에서 살아남기] 나도 누군가의 '인복'이기를
[오마이뉴스 글:이혜선, 편집:이주영]
2001년 입사한 이후로 한 직장에서만 근무했습니다. 유리천장을 깨부술 성별·학벌·인맥은 없지만, 그곳에서 끈질기게 출근하고 일하며 살아가는 40대 여성 직장인의 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직장운이라는 것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있다'고 생각한다. 사업에도 운이 따라야 하지만 직장 일에도 운이 따라야 한다. 보통 직장운이라고 생각하면 입사운이나 승진운을 말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직장운은 '사람'이다. 흔히 말하는 인복(人福)이 있어야 직장을 오래 다닐 수 있느냐 아니냐로 결정될 수 있다고 본다.
직급이 낮을 때는 상사를 잘 만나는 것이 좋고, 직급이 올라가면 부하직원을 잘 만나야 직장생활이 편안하다. 누군가는 사내정치를 잘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것도 결국은 사람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18년간 한 직장을 다니는 데에는 운이 많이 따랐다. 내가 직장운이 좋다고 생각한 것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일의 특성상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났고, 두 번째는 사람에게서 배우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인복이 있다는 것은 단순히 성격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 이상이다. 배울 만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근무하는 곳의 이동이 잦았다. 프로젝트의 특성상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으므로 근무지 이동이 달랐던 것이다. 굳이 회사를 옮겨 다닐 필요가 없었다. 어느 날은 부천에서 근무하다가 구로, 사당, 또는 해외로 이동하는 식이었다.
프로젝트를 따라 여러 곳을 다닐 때 가장 좋은 것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다. 좋은 사람, 좋은 상사를 많이 만났다. 반대로 나와 맞지 않는 사람도 만났다. 그런 경우는 조금만 참으면 됐다. 몇 달 후 프로젝트가 끝나면 헤어질 것이라는 가정은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와 언쟁을 피하게 해줬다. 신기하게도 일로 인해 언쟁을 심하게 한 사람도 프로젝트 종료 후 일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나면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일로 인해 언쟁은 했을지언정 사람이 미운 것은 아니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