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200년 전 중국 중원을 공포로 몰아붙인 종족이 있었으니 바로 흉노족이었다. 진시황 이후 어지러워진 중국대륙에서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즉 산을 뽑을 만한 힘과 세상을 덮을 만한 기세를 자랑했던 항우마저 제압하고 다시 중국을 통일한 난세의 영웅은 한나라 개국시조 고조 유방이었다. 그러나 천하를 차지한 한나라를 우습게 본 종족이 흉노족이었다. 몇가지 일화가 있다.
■에피소드 ①“잔말 말고 조공품이나 보내라”
언젠가 한나라 사신이 흉노의 풍습을 ‘오랑캐가 아니냐’면서 비아냥댄 일이 있었다.
“흉노에서는 노인을 천대한다지요? 또 아비와 아들이 같은 천막에 살며, 아버지가 죽으면 자식이 계모를 아내로 하고, 형제가 죽으면 남은 형과 동생이 죽은 형제의 아내를 취한다지요? 조정에 예절도 없다지요?”
그런데 흉노 조정에는 중국의 연나라 땅 환관 출신으로 망명한 중항열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중국역사는 이 중항열을 중국 최초의 한간(漢奸·적국과 밀통한 매국노)으로 매도한다. 그러나 흉노의 입장에서 중항열은 천군만마의 충신이었다. 중항열은 흉노의 선우(임금)에게 “한나라의 풍습을 좇으면 반드시 중국에 동화되고 만다”면서 “절대 따르지 마라”고 신신당부한다. 중항열은 흉노의 신하들에게 계산법을 가르쳐 인구와 가축을 헤아려 기록하도록 했다. 흉노는 망명객인 중항열 덕분에 더욱 번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