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대상] '방사능 고등어' 먹으면 몇 만 배 피폭된다?
[검증 방법] 전문가 취재 및 자료 검토
[검증 내용] 체내 섭취는 피폭이 몇 만 배 올라간다? 이건 '일부' 경우에는 사실일 수 있다. 세슘이 들어간 '방사능 고등어'를 먹게 되면, 그 세슘이 몸에서 다 빠져 나갈 때까지는 계속해서 방사선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게 내부피폭이다. 근데 '방사능 고등어'를 먹지 않고, 잠깐 손에 들고만 있었다면, 방사선을 훨씬 덜 받는다. 이건 외부피폭이다. 이 두 가지를 따져 보면, '내부피폭'으로 인한 방사선량이 실제로 몇 만 배 되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다.
● 세슘 섭취하면 피폭 시간↑ 방사선량도 당연히↑ 체내 섭취한 세슘의 양이 많으면 그것이 몸에서 다 빠져나갈 때까지 시간도 길어지니까, 당연히 몸이 받는 방사선량도 많아진다. 또 그 식품을 먹지 않고 손에 쥐었을 때의 시간을 짧게 관리할수록, 외부 피폭 방사선량은 줄어든다. 그러니까 내부피폭이 외부피폭의 '몇만 배'라고 하는 것은 사실이 될 수도 있지만, 사실 별다른 의미가 없는 표현이다. 체내 섭취는 비교 대상인 외부 피폭의 시간에 따라, 외부 피폭의 2배가 될 수도 있고, 20배가 될 수도 있고, 200배가 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방사성 물질을 먹는 경우 피폭 시간이 늘어나므로, 그런 맥락에서는 체내 피폭, 내부피폭으로 인한 방사선량이 더 크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게 일반인의 관점이다.
● 내부피폭, 일반인의 관점과 전문가의 논리 그런데 사실, 전문가들의 논리는 좀 다르다. 방사선을 내는 물질이 몸 안에 있느냐, 몸 밖에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물론 세슘의 경우에 하는 말이다. 방사능 고등어를 '먹는' 행위와, 방사능 고등어를 가슴에 '붙이고 다니는' 행위는 사람이 받는 방사선량의 측면에서 아무 차이가 없다. 방사능 고등어를 먹으면 몸에 들어온 세슘은 대략 3년 정도면 거의 다 빠져나가는데, 그 방사능 고등어를 '3년간' 가슴에 붙이고 다녔다면, 두 행위로 인해 사람이 받는 방사선량은 차이가 없다는 얘기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맥락에서, 내부피폭이 반드시 더 위험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 내부피폭이 더 위험하다는 또 다른 논리 내부피폭이 더 위험하다는 논리, 사실 한 가지가 더 있다. 세슘에서는 '감마선'이라고, 방사선의 한 종류이다, 이게 주로 나온다. 감마선은 투과력이 강하다. 몸도 그냥 뚫고 지나갈 수 있다. 그래서 '방사능 고등어'를 먹든, 고등어를 가슴에 붙이든, 사람이 받는 방사선량에 별 차이 없다는 설명이 나오는 것이다. 고등어 속 세슘에서 출발한 감마선은 몸 밖에서도, 몸 안에서도 똑같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사선의 다른 종류인 '알파선'과 '베타선'은 다르다. 투과력이 약하다. 연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윤진하 교수에 따르면, 알파선은 공기 투과를 10cm밖에 못한다고 한다. 종이 한 장도 못 뚫는다는 표현도 있다. 한국방사선진흥협회 장한기 센터장도 "내부피폭이 더 위험하다고 하는 핵종은 따로 있다"면서, "알파선과 베타선은 어떤 장기에 붙었을 때 감마선보다 영향이 더 크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설명이 내부피폭이 위험하다는 일반화는 아니다. 알파선과 베타선은 몸 밖에 있을 때는 우리 피부도 뚫지 못해서 아무 영향이 없지만, 우리 몸 안에 들어오게 되면 영향력이 더 크다는 취지다.
● 베타선은 내부피폭 영향이 더 크다면…세슘은? 자, 그럼 세슘은 어떨까? 세슘에서는 '알파선'이 나오지 않는다. 알파선만 나오는 핵종은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이다. 세슘에서는 주로 감마선이 나오고, 베타선도 나온다. 베타선은 감마선보다 덜 나온다. 베타선이 덜 나오더라도, 몸 안에 들어오면 어쨌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니 당연히 신경을 써야 한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방사능 고등어'를 먹으면 방사선량을 얼마나 받는가, 그 계산법에 감마선과 베타선을 모두 반영해놓았다. 즉, 세슘 100Bq/kg의 고등어를 하루 200g씩, 1년 365일 섭취했을 때 받는 방사선량은 0.1mSv, 여기에 감마선과 베타선의 에너지, 둘 다 반영되어 있다는 뜻이다.
● 그래서 위험하다는 거야, 괜찮다는 거야? 우리 몸은 방사선을 받을 때, 그 방사선이 내부에서 온 건지, 외부에서 온 건지, 구분하지 않는다. 내부든, 외부든, 내 몸의 세포는 자신이 받은 전체 방사선의 양이 얼마인지에만 영향을 받는다. 후쿠시마현의 어느 숲, 그 숲의 나무에 묻어 있는 세슘과 후쿠시마현의 식재료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온 세슘은, 그것이 내놓는 방사선의 양이 같다면 우리 몸에 같은 영향을 미친다. 물론, 나무는 스치면 그만이지만, 식재료는 먹을 경우 장기간에 걸쳐 영향을 준다. 그렇게 받은 방사선이 누적돼 총량이 많아지고 어느 선을 넘어가면, 우리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학자들은 과거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희생자들을 연구했다. 그 결과 일생을 통틀어 100mSv 이상의 방사선량을 받았을 경우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걸 확인했다. 그러나 100mSv 이하의 경우는 아직 모른다. 전문가들이 연구를 덜 해서가 아니다.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진영우 센터장은 "100mSv 이하에서는 연구에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낮은 선량의 방사선을 받았을 경우 암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긴 하지만, 일관성이 없어서 정설로 보기 힘들다는 취지이다.
● '방사능 고등어', 방사선량 계산법 활용하기 100mSv 이하의 환경, 그것이 평범한 일반인들이 마주한 환경이다. 후쿠시마현 자료에 따르면, 세슘이 검출되는 쌀이 전체 물량의 99.9%이다. 수많은 농수산물에서도 세슘이 나온다. 이런 식재료를 먹었을 때 어느 정도의 방사선량을 받게 되는지는 앞서 '고등어 계산'을 참고하면 된다. 방사능 고등어든, 방사능 쌀이든, 방사능 감자든, 계산법은 같다. 계산법은 식재료를 가리지 않는다.
세슘 100Bq/kg의 고등어, 하루 200g, 1년 내내 섭취 → 1년에 0.1mSv
세슘이 200Bq/kg라면 1년에 0.2mSv가 된다. 흉부 엑스레이 2번 찍는 정도의 방사선량이다. 또 100Bq/kg짜리 식재료를 하루 400g씩 먹었다면, 위에 계산한 양의 2배니까 역시 1년에 0.2mSv가 된다.
[검증 결과] 요약하면 이렇다.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식품을 먹는 것, 그로 인한 내부피폭이 외부피폭보다 더 문제냐? 그렇다. 우리 몸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그렇다. 세슘을 먹으면, 방사선량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냐? 그건 모른다. 섭취한 음식으로 인한 방사선량을 따져봐야 하는데,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대부분 100mSv 이하일 것이다. 100mSv 이하 저선량 환경이 사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모른다"는 것이 팩트라고 해도, 사람들은 일상에서 계산하면서 살지 않으니까, 일단 방사선은 피하고 본다. 방사선을 피하고 보는 건 마치 생존 본능과 같다. 살면서 밑질 것 없는 방법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고, 심지어 냄새도 없으니 더 그렇다. 물론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방사선 방호 전문가들도 비슷한 맥락에 따라 정책을 세우고 시행한다. 100mSv 이하에서도 암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다, 그렇게 '가정'을 하고 방사선 방호 정책을 만든다. 일반인들의 방사선 공포와 사뭇 유사하게, 역시 그것이 밑질 것 없는, 안전하고 보수적인 정책이기 때문이다. 접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