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원=연합뉴스) 김기훈 최종호 이영주 기자 =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A(56) 씨가 화성사건 발생 장소 일대에서 오랜 기간 거주한 뒤 이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성사건 이후 A 씨의 행적과 처제를 살해하기까지 3년에 가까운 공백기가 생긴 데 의문이 일고 있다.
A 씨는 화성사건의 마지막 10차 범행 이후 결혼한 것으로 확인돼 이러한 개인사가 범행 중단과 연관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A 씨의 본적은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재 화성시 진안동)로 모방범죄로 드러난 8차 범행을 제외한 나머지 9차례 범행이 모두 이곳으로부터 반경 10㎞ 안팎에서 발생했다.
A 씨는 실제로도 화성에서 태어나 30세가 되던 1993년 4월 충북 청주로 이사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살았다.
화성사건의 1차 범행 피해자는 1986년 9월 15일 발견됐고 마지막 10차 범행의 피해자는 1991년 4월 3일 발견돼 A 씨가 화성에 거주하는 동안 모든 범행이 이뤄졌고 청주로 이사한 뒤에는 더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후 그는 이사한 이듬해인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검거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까지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A 씨가 이 사건 진범이라면 10차 범행 피해자가 발견된 이후부터 처제 강간살인 사건 이전까지 2년 9개월이라는 공백이 발생한다.
일단 10차 범행 피해자 발견 이후 그가 청주로 이사하기 전까지 2년 동안 화성 일대에서 실종되거나 살해된 채 발견된 여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10차 범행 이후 사실상 범행을 중단한 것은 그가 결혼을 해 가정을 꾸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A 씨는 1991년 7월 아내와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차 범행 피해자가 발견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아울러 처제 강간살인 사건 대법원 판결과 2심 판결문에 따르면 A 씨 아내는 결혼 이듬해 아들을 출산했다.
당시 법원은 A 씨가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동기로 1993년 12월 부인이 2살짜리 아들을 남겨두고 가출한 데 대한 극도의 증오감을 꼽았다. 1992년에 아들이 태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심야에 야외에서 이뤄지는 화성사건의 특성을 따져봤을 때 10차 범행까지는 독신생활을 하며 자유롭게 범행하다가 결혼 이후 중단한 것으로 점쳐진다.
이렇듯 A 씨의 범행 중단이 자발적이 아닌 결혼과 출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그는 이 시기 자신의 `살인충동'을 어떻게 해소했는지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A 씨는 이 시기 부인과 아들 등 자신의 가족을 상대로 폭행과 학대를 일삼는 등 가학적 행위로 이를 간접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판결문에는 A 씨의 아내가 가출한 이유가 그의 무자비한 폭행을 견디다 못했기 때문이라고 기재됐고 방 안에 가두고 마구 때리는 등 어린 아들을 학대하기도 했다고 적혀있다. 결국 아내가 가출하자 극도의 증오감을 갖고 처제를 상대로 범행했다는 것이 법원이 판단한 처제 강간살인의 범행 동기이다.
물론 10차 범행 이후 행적, 범행 공백기 등에 대한 의문의 가장 확실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인물은 A 씨 본인이지만 정작 그는 현재 화성 사건은 자신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세한 사안은 밝힐 수 없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용의자의 자백이므로 A 씨를 상대로 조사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