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뉴스1) 이윤희 기자 = 경기도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모씨(56)가 살던 마을이 발칵 뒤 짚였다.
이씨를 기억하는 주민들은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주민들은 '입에 담기도 싫다'며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
21일 이씨를 기억하는 마을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경찰이 화성사건 용의자로 특정한 이씨는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현재 화성시 진안동)에서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줄곧 이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의 고향인 진안리는 현재 신도시 개발로 주변 곳곳이 아파트와 상가들로 둘러싸여 있지만, 당시만 해도 산과 논밭으로 둘러싸인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당시 이씨는 1986년 10월과 이듬해 5월 발생한 2·6차 범행장소와 멀지 않은 곳에 살았고, 한 집안의 장남이었다고 마을 주민들은 말한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주민 A씨는 "(이씨가)동네에서 눈에 띄는 사람이 아니라서 잘은 기억이 안 나지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를 화성과 수원 소재 학교에서 다닌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화성연쇄살인범 용의자가 그란 뉴스에 동네가 난리가 났다"고 다소 격앙된 말투로 말했다.
A씨는 "(이씨가)외지로 나가 살다가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살인범 용의자라니 믿기지 않는다"면서 "더 이상 기억도 하기 싫고, 이런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주민들의 말대로라면 이씨는 1993년 4월 충북 청주로 이사하기 전까지 줄곧 자신의 고향 집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범인으로 특정할 수는 없지만, 이씨가 청주로 거주지를 옮긴 뒤 화성에서는 부녀자를 상대로 한 살인사건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씨는 1994년 1월 부인이 가출하자 격분해 처제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수면제를 먹인 뒤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서 25년째 수감 중이다.
경찰은 이씨의 DNA와 5·7·9차 피해 여성 유류품에서 나온 DNA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가 나오자, 이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경찰은 그러나 이씨가 18~20일 3일간 이뤄진 대면조사에서 범행 일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추가적 DNA 감정 등 보강수사에 착수했다.
동시에 이씨가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상황에서 정식 조사가 어렵다고 판단, 수사본부가 있는 수원 인근 교도소로 이씨를 이감해 조사에 나설 것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지역에서 10명의 부녀자를 살해한 사건으로,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사상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으로 꼽힌다.
범인은 14세 여중생부터 70대 노인까지 여성 노약자만 골라 범행했으며, 그 전까지는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성도착적인 방식으로 살해해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연쇄살인사건으로 기록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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