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DNA 검사로 30년 만에 드러난 화성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의 혈액형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경찰은 B형으로 추정했는데 이 씨의 혈액형이 O형으로 확인됐기 때문이죠.
1990년 당시 혈액형 검사 결과가 잘못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공범 가능성도 의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기정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찰은 지금까지 화성 9차 사건의 경우 범인의 혈액형을 B형이라고 추정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의 혈액형은 O형.
처제 살인 사건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입니다.
때문에 30년 전 혈액형 검사가 잘못됐던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동일인을 가려내는 정확도로 보면 혈액형은 DNA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떨어지지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혈액형이 같을 가능성이 4분의 1 정도라면, DNA가 같을 가능성은 약 3경 분의 1.
77억 인구의 지구 같은 별이 3백50만 개 있다면 그 중 한 건 나올만한 확률이라, 사실상 '제로'로 봐도 될만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혈액형 검사가 틀렸다고 보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숭덕 / 서울의대 법의학교실 교수 : (유전자 검사와 혈액형 검사는) 사람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느냐 라는 차원에서는 많이 다르지만, 각각 제각기 의미 있는 검사로 인정을 받은 이상에는 그 결과를 함부로 버릴 순 없고요. 버리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DNA 검사만 믿고 혈액형 검사 결과를 그냥 부인한다면 지금까지 혈액형을 증거로 해서 판결이 난 여러 형사 사건들마저 과학적 정당성을 잃을 수 있다는 겁니다.
때문에 혈액형이 달라진 이유를 밝혀야 하는데, 가장 합리적인 접근 방법은 공범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입니다.
[이숭덕 / 서울의대 법의학교실 교수 : 만약 혈액형 검사 결과도 맞고 유전자 검사 결과도 맞다고 하면 제일 먼저 의심해 봐야 하는 것은 한 사람이 아니지 않을까 하는 것이지요.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유전자형이 있을 가능성을 먼저 생각해 봐야지요.]
이 교수는 또 유전자 검사 결과는 동일인 여부를 증명할 수는 있지만, 범행 자체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경찰은 단순히 '혈액형 검사가 틀렸다'가 아니라, 왜 다른가를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YTN 기정훈 [prodi@ytn.co.kr]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