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집값 하락에 몸살을 앓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이 `바닥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입주 물량 폭탄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낙폭을 줄이며 서서히 힘을 내는 모습이다. 울산은 2년 반 가까이 지속되던 하락세를 벗어나기도 했다.
2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울산시의 9월 셋째 주(9월 16일 기준) 아파트값은 보합(0%)을 기록했다. 이 지역이 집값 하락을 멈춘 것은 2017년 3월 둘째 주 이후 2년6개월 만이다. 울산은 7월 둘째 주에 집값이 0.06% 떨어지며 미약하게나마 회복 분위기를 보였다. 이전까지는 매주 0.1~0.3%씩 가격이 계속 떨어졌기 때문. 이후 내림폭을 조금씩 줄이더니 9월 셋째 주 들어 하락을 멈췄다.
재작년 9·5 부동산대책에서 해운대구 등이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뒤 하락세를 거듭했던 부산 집값도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9월 셋째 주 집값 하락률이 0.04%로 작년 3월 첫째 주 이후 가장 적은 내림 폭을 기록했다.
경남 지역도 최근 집값 하락 폭이 0.1% 안팎으로 많이 줄었다. 지난해 -19.89%로 전국에서 가장 아파트값 하락 폭이 컸던 경남 거제시도 여전히 부침이 심하지만, 올해는 지금까지 0.1%만 하락하며 바닥권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최근 2~3년 동안 입주 물량이 몰린 데다 조선업 등 지역 기반 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물량 부담이 조금이나마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15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1만가구 안팎을 기록했던 울산 입주 물량은 내년에 2941가구까지 떨어진다. 2017년 이후 4만가구를 넘나들었던 경남 입주 물량도 내년엔 1만7975가구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최근 이 지역을 휩쓸던 조선업 등 경기 하락세도 다소 숨통을 틔웠다는 귀띔이다. 지난해 우리 조선업체가 세계 선박 발주량 중 44.2%를 점유할 정도로 일감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지역 경기도 바닥을 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조선업 구조조정도 올해 들어 멈춤세를 보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조선업 등 지역 주력 산업이 완벽하게 회복됐다는 신호를 확인하기 전까진 부산·울산 등 주택 시장에 접근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가을 이사철에 공급 압박 감소, 지역경기 회복세 등이 맞물리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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