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망막 질환 명의' 한길안과병원 손준홍 병원장
망막 질환은 실명에 이를 만큼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시력 이상이 나타난다. 병은 서서히 진행되지만 시력을 담당하는 망막 부위를 침범하지 않는 한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앞이 안 보이는 청천벽력 같은 경험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비를 해야 한다.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황반변성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망막 질환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 고령화 되면서 망막 질환의 위험은 더 커졌다. 망막질환 명의 한길안과병원 손준홍 병원장을 만나 대표적인 망막 질환인 당뇨망막병증과 황반변성의 위험성에 대해 들었다.
-망막의 역할은
망막은 눈을 싸고 있는 ‘벽지’ 같다. 거기에 모인 정보가 뇌로 가서 사물로 인식을 하게 된다. 망막의 두께는 0.5mm로 아주 얇으며 그 안에 혈관이 들어있다. 제일 굵은 혈관이 100~125㎛(마이크로미터)로 아주 얇다. 망막의 혈관은 우리 몸의 대표적인 미세 혈관 질환이기 때문에 혈압이나 혈당에 민감하다. 실제로 망막을 보면 이 사람이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당뇨병을 앓으면 당뇨망막병증이 모두 오나
당뇨병이 시작되고 5년까지는 거의 당뇨망막병증이 안 온다. 그러나 15년 이상이 되면 90% 이상에서 발생한다. 소아 당뇨병을 앓은 사람은 젊은 나이에서부터 당뇨망막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가끔 환자 중에 혈당 조절을 잘 하는 데 왜 눈에 합병증이 생겼는지 의아해 하는 경우가 있다. 당뇨병은 완치가 안 되는 병이다. 결국 계속 진행하기 때문에 느리지만 합병증이 생기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지금으로서는 조기 발견해서 조기에 치료를 하는 것이 눈 합병증의 피해를 가장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성인이 돼서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면 망막 검사를 해봐야 되나
그렇다. 제2형 당뇨병은 언제부터 당뇨병이 시작됐는지 알 수 없다.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면 망막에 이상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검사해봐야 한다. 망막 검사를 해서 눈에 합병증이 안왔다면 1년에 한번씩 검사를 받으면 되지만, 이상이 있다면 더 자주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단순한 시력검사로는 병을 찾기 어려워 망막을 보는 안저촬영과 안압검사를 받아야 한다.
-당뇨병이 망막병증으로 진행하는 과정은 어떤가
당뇨병은 결국 혈관의 질환이다. 혈관벽이 약해지면서 어딘가 터지기가 쉽다. 처음에는 망막의 군데군데 피가 터지고 붓는다. 더 지나면 혈액순환이 원활히 안 되니깐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자라나게 된다. 이런 혈관들은 정상적인 혈관이 아니라서 더 잘 터진다. 혈관이 터지기를 반복하다보면 섬유조직이 자라 수축을 하면서 안구 내벽에 붙어 있어야 할 망막이 벽지 떨어지듯이 들떠 있는 망막박리가 온다. 망막이 박리되면 망막에 영양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시신경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해 실명까지 온다.
-당뇨망막병증은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당뇨망막병증은 어느 부위에 병변이 있느냐에 따라 시력 이상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시력을 담당하는 망막 중심 부위에 혈관이 터지거나 이상혈관이 자라면 흐리게 보인다. 만약에 출혈이 많으면 갑자기 안 보이기도 한다. 당뇨망막병증이 있으면 양 눈에서 증상이 비슷하게 나타난다.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치료는 시력 이상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한다. 초기에 발견됐고 시력 이상이 안 나타났다면 혈당 조절을 철저히 해야 한다. 외국 연구에서도 혈당 조절을 철저히 하면 당뇨망막병증의 진행 속도가 느려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세혈관 기능 강화 약물을 보조적으로 쓴다. 시력을 담당하는 망막 중심의 혈관이 터져 시력이 떨어지면 ‘항체주사’를 놓는다. 항체주사란 비정상적으로 자란 신생혈관에 영양을 공급하는 '성장인자'에 대항하는 항체(VEGF)를 눈에 직접 주사하는 방법이다. 이미 만들어진 신생혈관뿐 아니라 신생혈관이 앞으로 더 생기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신생혈관 주변을 레이저로 조사해 파괴하는 치료도 있다. 레이저를 조사하면 신생혈관이 덜 자라고 줄어들기도 한다. 그러나 시야 일부 좁아지는 단점이 있다. 결국 망막을 파괴하는 치료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빛의 밝기에 적응하는 시간이 길어져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다. 예를 들면 운전하면서 터널을 통과하기가 어렵다. 최근에는 이런 부작용이 없는 항체주사를 더 많이 사용한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이 완치되지 않는 한 계속 진행하는 병이다. 결국 신생혈관이 또 자라게 된다.
-수술을 하기도 하나
망막 신생혈관에서 대량 출혈이 있으면 혈관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다. 당뇨망막병증이 발전해 망막박리까지 가도 수술을 해야 한다. 망막박리는 초기에 병원에 와야 공기·가스를 주입하거나 레이저를 쏴 치료할 수 있다. 치료를 못하면 실명까지 간다.
-망막 혈관이 막히기도 한다.
일명 ‘눈중풍’이라고 한다. 망막 중심부 혈관이 막히면 회복이 어렵다. 망막 동맥이 막히면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진다. 이때는 빨리 혈액 순환을 정상화시켜 시신경이 죽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망막 동맥이 막힌 지 6시간 이내라면 혈전 용해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망막 정맥이 막히면 눈앞이 흐려진다. 이 경우 수도관이 막힌 것처럼 혈액이 차올라 망막이 부어오르는데, 늦어도 2주 안에는 부기를 가라앉히는 주사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부기를 가라앉히면 막힌 정맥이 어느 정도 뚫린다. 재발을 막기 위해 혈전 용해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황반변성도 급증하고 있다
황반변성은 시신경이 밀집해 있는 망막의 중심인 황반부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3대 원인은 유전, 노화, 흡연·자외선 노출 같은 환경 요인이다. 사람은 깨어있는 동안 계속 사물을 보기 때문에 망막의 중심부는 대사 활동이 왕성하다. 대사가 활발하다보니 노폐물이 많이 발생하는 데, 노폐물 배출이 잘 안되면 적체해 주변 망막이나 혈관을 손상시키게 돼 황반변성 위험이 높아진다. 유전적으로 이런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이 있고, 나이가 많아도 노폐물 배출 기능이 떨어진다.
-황반변성 증상은
처음에는 선이 휘어져 보인다. 화장실 타일 등이 휘어져 있는지 확인을 해보자. 우리 눈은 주로 사용하는 주시안과 그렇지 않은 비주시안이 있다. 비주시안에 황반변성이 생기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한눈을 가린 채로 시력을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황반변성이 더 진행이 되면 시야 중간에 암점이 생긴다. 주변부는 다 보인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대부분 환자가 병원에 온다.
-황반변성 치료는
역시 ‘항체주사’ 치료를 한다. 이 치료를 하면 환자의 절반 정도는 정상처럼 회복될 정도로 좋아진다. 그러나 환자의 35~40%는 좋았다, 안 좋았다 한다. 그래도 병이 나빠지지는 않고 유지는 한다. 10~15%는 항체주사가 잘 안 듣는다. 항체주사는 2000년대 중반 도입된 뒤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겼다. 과거에는 레이저 치료나 광역학 레이저 치료를 주로 했는데, 시야가 좁아지는 등 치료 만족도가 떨어졌다.
-황반변성을 예방하는 방법은
고령화가 되면서 황반변성 위험은 자꾸 높아지고 있다. 루테인과 아연 등의 영양소가 함유된 영양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황반변성이 심각하게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평소 루테인 섭취를 안 하는 사람에게 특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루테인은 시금치, 브로콜리 등 진녹색 채소에 많으므로 평소 이런 채소를 챙겨 먹는 것이 좋다. 아연 역시 눈 안에서 효소로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
-손준홍 병원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 교수를 역임했다. 2002년부터 한길안과병원에서 망막질환 분야 진료를 하고 있다. 망막분야 중에서도 당뇨망막병증 환자를 가장 많이 본다. 국내 손꼽히는 고난도 망막 수술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지금까지 6000건 이상 망막 수술을 집도했다. 망막 수술 및 망막 질환 치료에 관한 다양한 논문을 발표했으며, 망막 전공의들의 교과서로 쓰이는 <망막학> 저술에도 참여했다. 한길안과병원 망막센터는 손준홍 병원장을 주축으로 연평균 1200건의 망막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망막질환 특성상 한 주치의와 오랫동안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병원 내에서도 손준홍 병원장의 팬이 많다. 한국망막학회 편집이사, 대한임상전기생리학회 학술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유럽유리체망막학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