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신용등급 'A'로 올라..정정불안에도 경제는 순항 포르투갈, 구제금융 조기 상환..2% 성장, 실업률도 낮아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상향했다. "스페인 경제가 오랫동안 계속되는 정정불안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침체에도 탄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S&P는 신용등급 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스페인 신용등급은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투기등급 바로 위인 'BBB-'까지 떨어졌다. 한때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와 함께 '피그스(PIGS)'로 조롱받았다. 과도한 복지와 낮은 생산성, 높은 실업률 등으로 구제하기 힘든 둔한 '돼지' 취급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스페인 경제는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했다. 구조조정 작업이 효과를 내면서 고질적인 국가채무와 만성적인 재정적자 부담을 덜어냈다. 동시에 내수가 살아나고, 투자가 늘면서 지난해 경제성장률 2.4%를 기록했다.
유로존 평균 성장률은 물론 1%대에 그친 독일이나 프랑스, 영국을 크게 웃돌았다. 역시 피그스로 불리던 '이웃' 이탈리아가 0.8% 성장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국가신용등급도 지난해 약 6년 만에 처음으로 A등급을 회복했으며, 이번에 또 한 계단 오른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4위 경제국인 스페인은 불황의 갈림길에 서 있는 다른 유로존 국가와는 달리 최근 몇 년간 성장을 즐기고 있다"면서 "수출 기반 경제구조가 강한 내수 중심으로 바뀌면서 올해도 유로존 평균을 두 배 이상 웃도는 2%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베리아 반도에 있는 또 하나의 나라 포르투갈 경제도 견실한 모습이다. 지난해 성장률이 2.2%로 스페인보다 낮았지만, 실업률은 6.5%로 스페인(13.9%)의 절반에 불과했다. 8년 전 유럽중앙은행(ECB)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받은 780억유로(약 102조원) 규모의 구제금융도 모두 조기 상환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승리한 사회노동당이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면서 오는 11월 다시 총선을 치를 것으로 예상되는 스페인과 달리 포르투갈은 정치도 안정됐다. 2015년 11월 총리에 취임한 안토니오 코스타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당은 오는 10월 총선에서도 제1당 지위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FT는 "수출에 의존하던 독일 제조업이 빌빌대고, 영국은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아무런 합의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재앙에 직면해 있으며, 이탈리아가 경제·정치적 불안정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포르투갈이 생각지 못한 '작은 희망'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