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병실에 계신 분들이 모두 거동이 불편해 일단 휴지를 뽑아 환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긴급히 대피시켰습니다."
24일 발생한 화재로 2명이 숨지고 47명이 부상한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김포요양병원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요양병원에 있던 간병인들은 갑작스러운 화재에 휴지로 입을 막아 연기를 마시지 않도록 하며 환자들을 구조했다.
요양병원 간병인 박경숙(70·여)씨는 "가스 소리가 '펑'하고 나더니 복도에서 시꺼먼 연기가 피어올랐다"며 "병실에 계신 분들이 다 거동이 불편해 일단 휴지를 뽑아 환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한명씩 휠체어에 태웠다"고 화재 당시 상황을 전했다.
거동이 불편한 입원 환자들은 불이 난 것을 보면서도 대피할 방법이 없어 화재 속 공포에 떨어야 했다.
최근 무릎 고관절 수술을 받은 뒤 입원 중이던 지동심(79·여)씨는 구조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대피했다.
병원 이송을 기다리는 지씨의 얼굴과 손은 새까매진 상태였다.
지씨는 "불이 난 것을 보고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방법밖에 없었다"며 "기침이 났고 너무 무서웠다"고 몸을 떨었다.
지씨의 며느리 이경은(51·여)씨는 "어머님이 무서워서 많이 우셨다"며 "불이 나도 피할 수 없던 상황이라 많이 무서우셨을 텐데 신속히 대피가 이뤄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병원 주변에 흩어져 있는 유리 파편들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요양병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건물 4층 보일러실 바로 옆에는 일반 병실이 있고 중환자실은 해당 층 가운데 지점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발화점과 병실이 가까워 화재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병원과 연결된 주차장은 긴급대피한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마스크를 쓴 환자들은 침대나 휠체어에서 담요를 덮고 다른 병원 이송을 기다렸다.
소방당국의 구급차와 인근 병원에서 온 이송 차량은 사이렌을 울리며 환자를 실어날랐다.
사고 소식을 접하고 현장으로 달려온 보호자들은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바빴다.
화재 소식을 듣고 화재 현장에 달려온 신은진(42·여)씨는 "지인들이 기사를 보고 알려줘서 바로 왔다"며 "가족과 지인들에게 계속 아버님의 안부를 묻는 전화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신씨는 "이렇게까지 위험한 상황인지 몰랐다"며 "막상 와서 보니 아찔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해당 건물 방문객들은 화재 당시 대피 안내방송 등이 없었다며 건물 관리인 측의 사고 대응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요양병원 건물 지하 1층 피트니스센터 이용자 A씨(40·여)는 "피트니스센터가 갑자기 정전돼 나왔더니 깜깜해 보이지가 않았고 연기가 느껴졌다"며 "겨우 밖으로 나왔더니 건물 4층에서 불길이 치솟는 게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이 나면서 동시에 정전이 됐던 것 같고 안내 방송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불은 이날 오전 9시 3분께 김포시 풍무동 김포요양병원에서 발생해 50여분 만에 꺼졌다.
이 불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A(90·여)씨 등 2명이 숨지고 다른 환자 47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가운데 중 8명은 중상인 것으로 파악됐으며 나머지 39명은 연기를 마신 환자들이다.
불이 난 건물은 지상 5층, 지하 2층에 연면적 1만4천814㎡ 규모다. 요양병원은 이 건물 지상 3층과 4층을 사용했으며 화재 당시 입원한 환자는 130여명이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요양병원 4층 보일러실에서 불이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과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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